일하다가 저지른 실수를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우리 회사 영업팀에 신입 직원이 들어왔다. 이 직원운 중고 신입이다. 원래는 다른 회사에서 콘텐츠 기획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더 나은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IT 업계에서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일단 국비로 IT 교육을 하는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을 공부해 보았는데, 자기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IT 업계에서 개발자 말고 다른 직무에서 일할 기회를 찾다가 우리 회사를 소개받았다고 했다. 우리 회사로서도 좋은 인연을 만난 것 같다. 회사 생활 어느 정도 해봤으니 기본적인 사회생활 매너 정도는 알 테고, 자기 발로 IT 업계로 왔으니 의욕도 있을 테니 말이다.
하루는 그 직원이 견적서를 하나 만들어서 고객에게 보냈다. 그런데 그 견적서에 숫자가 잘못 적혀 있었다. 그 메일에 영업팀 그룹 메일이 참조되어 있어서 다른 영업 사원들도 그 메일을 함께 받아보았다. 모든 영업 사원이 거의 동시에 그 직원에게 견적서가 잘못되었다고 알려주었다. 그 직원은 견적서를 빠르게 다시 만들어서 고객에게 보냈다. 나중에 그 직원에게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실수했다는 걸 알고 너무 놀라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고 한다.
나도 영업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비슷한 실수를 했었다. 무려 대표님이 견적서 하나 보내달라고 하셨는데, 그 견적서에 숫자를 잘못 적어서 보낸 것이다. 어쩌면 나 때문에 대표님이 고객 앞에 민망해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얼른 견적서를 다시 만들어서 고객에게 보냈다. 그리고 대표님께도 죄송하다고 따로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대표님은 앞으로 실수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고작 이것 가지고 그러냐며 괜찮다고 하셨다. 그때 기분이 참 묘했다. 작은 실수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위로받은 것 같기도 하고, 앞으로 힘든 일이 훨씬 더 많이 생길 것 같다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그다음부터는 나도 일하는 태도가 조금 바뀌었던 것 같다. 실수를 해봐야 어디에서 허점이 생기기 쉬운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허점에 보다 더 집중해서 꼼꼼하게 살펴보게 된다. 실수를 통해서 배운다는 게 이런 뜻인가 싶다. 또한 이 정도 실수는 회사 운영에 큰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 대표님도 이런 점들을 생각해서 작은 실수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던 게 아닌가 싶다. 그 점을 알고 나서는 자잘한 실수들을 좀 더 많이 해보기 위해서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로 시작된다>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실패에도 보상을 하자. 그러면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할 것이다. 최고의 직원이어도 한 번은 실패한다. 이 실패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위험을 무릅쓰며 모함하는 것이 결코 잘못된 게 아님을 알려야 한다. 똑똑한 실패에 보상을 하는 것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를 회사 안에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실수를 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소화하고 처리하느냐가 그 조직의 역량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실수나 잘못을 했을 때 그것을 지적하고 책임을 묻기만 한다면 누구도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조직 전체적으로 실수를 배움의 계기로 삼는 여유와 문화가 있다면 조직원들은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조직원이 성장한다면 그만큼 조직의 역량도 더 나아지지는 것 아닐까. 우리 회사는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대신 이런 여유와 유연함이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