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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늘 Feb 28. 2022

이력서가 나의 삶을 증명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몇 가지 내용으로 나라는 사람을 증명할 수 있을까?


2021년엔 사대보험을 네 번이나 들었다. 중간엔 서류상 필요에 의해했다손 세 번은 이직을 한 것이다.

몇 없는 최악의 경험이었는데 CCTV로 직원을 실시간 감시하고, 비속어와 쌍욕으로 직원의 결과물을 비하하는 대표. 스타트업에 꾸준히 다니면서 늘 실망한다.


이렇게  년간 여러  이직을  적이  있었다. 내가 직접 이력서를 넣어서 독립적으로 일했던 시기.

월급은 세후 100만 원이었고, 사대보험은 3개월이나 지나야 가능했으며 근무는 매일 12시간씩 이어졌다.

(약 십여 년 전) 당시 작은 규모의 의류 회사에선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기에 잘못된 거라는 걸 지금에나 느끼고 있다.

아침 일찍 사수들의 오더를 받아 노트에 덕지덕지 붙인 스와치와 빼곡한 메모를 끌어안고 동대문종합시장으로 향했다. 점심은 거르기 일쑤고 몸무게는 (키 170cm에) 42kg를 찍었다. 종일 걷는 통에 양쪽 발목엔 염증이 차올랐다. 그런데 살기 위해 조금 더 나은 회사로 가기 위한 이직의 결과물은 '끈기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었다. (심지어 중간엔 기록도 남지 않은 사기꾼 회사도 경험했다.)


면접장에서 흔히들 하는 질문 '왜 이직이 잦으시죠?'

거기에 '운이 나빠서요'라는 건 변명밖에 되지 않으니 둘러대기 바빴다. 적당히 그럴듯한 말하기.


요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직접 하기 위해서 혹은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바스러질 거 같아서 이직을 강행해왔는데 그게 이기적이거나 끈기 없는 사람으로 불리는 게 어쩐지 불쾌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고작 이력서 한 장으로 나를 판단하다니,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결국 또 어딘가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저 몇 가지의 질문을 잘 넘기면 또 일반 직장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러니 타협하지 않고, 나를 돌보기 위해 도망친 이들도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회사들이  하나가 아닌 다수의 직원들을 위해  나아지면 해결될 일들을  사람에게 책임을 입히고 불안을 조장할까. 노동자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고 ESG경영이네 뭐네. 당연한 퇴직금과 연차를 복지처럼 올려두고 직원을 마트에서 구입한 도구처럼 가성비 타령을 한다.

과연 이력서 관리는 누가 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오늘도 잡플래닛과 크레딧잡을 확인한다. 기업이 직접 이력서를 쓰지 않는다면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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