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기 쉬운 얼굴을 하고
가지런히 담겨있을 땐 아주 작아 보였죠
하얀 살결에 빛이 닿아 부옇게 부서졌을 때도
얼마큼 살아있는지 알 수 없었고
혼잣말이 흘러넘쳐 속삭임이 될 때 피어날 거라 했으니
가지런한 봄꽃을 상상했어요
모든 속삭임이 부피가 될 줄이야
너무 쉬워 온 방을 들춰요
섣부른 입김에 피어오르면
얼룩 하나 없이 메케해요
소실점 없는 세계에선
몸의 경계를 문지르는 게 어렵지 않아요
온도가 들리면 아득히
멜로디가 닿으면 가득히
모든 모양으로 부서지는 거죠
원래 그런 살결이라
사소한 조명에도 풍부해지는 빈칸
옅어지고 옅어지고 희미해져
가득해요
중력은 무력해
무수한 시간을 곱해
시절의 자락을 베고 고르게 누울 때까지
꿈을 꾸는 것만큼 깨어있자
휘저으려 하면 지문마저 파고들걸요
쓸어내려 하면 두둥실
떠오를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