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다리를 다쳤다. 크게 다쳐서 수술을 받고 삼 개월 동안 누워 지냈다. 내가 주체할 수 없는 감정 속에 있을 때도 세상은 일상적으로 흘러갔다. 그 시기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카페에 자주 들어갔는데, 세상에 이렇게 다치고 아픈 사람이 많구나 싶었다. 아파서 그랬나. 그냥 많이 슬펐던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나는 오랜 친구와 즐겁게 돌아다녔다. 맛있는 걸 먹고, 술도 한잔 마시고, 마음 편한 시간을 보내며 즐거웠다. 저녁에 들어간 카페 바로 옆에는 가정 집들이 있었는데 구급차가 그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단지 한 장면만으로 누군가의 깊고 생생한 슬픔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너무 야속하고 이상한 것 같다. 친구와 있었기 때문에 마냥 슬퍼할 수 없어서 다른 이야기를 했다. 세상엔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이 그저 일어나 버리곤 한다고, 너무 슬프다고, 하지만 나이가 들고 보니 이제는 세상이 원래 그런 걸 알아서 견딜만하다고 말하며, 다시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세상엔 슬픔이 정말 얼마나 많은지. 그 모든 걸 느낀다면 우리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거다. 이 무작위한 세상에서 우리가 미치지 않기 위해 성격이라는 우산을 만들어냈다는 표현이 떠올랐다.
어느 날 저녁에는 길을 걷다가 무슨 생각을 했던 거 같은데, 그게 기억나지 않지만, 세상이 나에게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는 게 느껴져서 조금 벅차올랐다. 세상은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지. 이런저런 것들이 담겨있을 뿐이지. 그저 내가 믿을 뿐. 아름답기를 믿을 뿐. 합리적이기를, 정당하기를. 하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다.
세상이라는 게 들여다볼수록 벅차다. 그저 모든 것이다. 허망한 일은 왜 그리도 많은지. 일들은 그냥 일어난다. 나에게 주어진 건 나 하나다.
그러니 나는 나에게 무언가를 계속 건네야지. 우리만이 서로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 그런 거 아닐까. 그래서 우리가 함께인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