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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타강 Jan 05. 2020

레토릭

세상을 움직인 설득의 비밀

부제는 엄청 거창한데, 어디선가 들어본 내용이 많아서 임팩트는 크지 않았음. 음 그렇구나 하면서 가볍게 읽기 좋다. 레토릭은 수사학으로 해석된다. 수사학은 또 뭔가 싶어 찾아보니 보통 대중 연설, 설득의 기술쯤으로 많이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가 완성한 학문이라고.

아레스토텔레스는 수사의 종류를 정치적, 사법적, 과시적 수사로 구분했고, 설득의 방법으로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제시했다. (37페이지)


정치적, 사법적, 과시적 수사는 각각 대중의 행동 유도, 문제점 파악, 누군가에 대한 찬양(또는 비난)을 목적으로 하는 수사를 지칭하는데 뭐 그냥 그런 분류가 있다 생각하면 될 것 같고, 진짜 중요한 건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는 각각 연설가의 성실성을 기반으로 청중과 관계를 확립하는 방식, 청중의 마음을 이성과 논리로 움직이는 방식, 청중의 감정을 북돋우는 방식을 얘기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에토스 : 제 중고차를 사세요. 제가 누굽니까? 자동차 방송 프로그램 '탑 기어'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 아닙니까?
로고스 : 제 중고차를 사시죠. 당신 차는 고장이 났고 제 차가 판매 중인 유일한 중고차잖아요. 
파토스 : 제 중고차를 사주시든가 이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사주세요. 이 녀석은 퇴행성 희귀 질환에 걸려서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둘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차가 저에게 남은 마지막 재산입니다. 이 차를 팔아서 고양이 치료비를 대야 합니다.


누군가를 내 편으로 만드는 데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까? 당연히 세 방식이 조화로울 때겠지. 저자는 먼저 청중과 유대감을 쌓은 후, 논리를 설명한 다음, 감정을 자극하는 에토스 > 로고스 > 파토스 순으로 청중을 설득하라고 얘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순서와는 약간 다르지만 하나는 일치한다.


핵심은 에토스

연설을 시작할 때 보통 아주 짧게 자기소개를 한다. 이는 나머지 이야기를 쌓아올리는 토대가 된다... 연설가는 청중에게 자신이 정말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청중이 연설가도 자신들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연설가의 관심사도 청중의 관심사와 똑같다는 식으로 말이다. 에토스는 대체로 로고스와 파토스에 영향을 미친다. (59페이지)
레토릭의 세 가지 요소는 에토스(신뢰), 파토스(감성), 로고스(논리)입니다. 사람을 이해시키는 걸 100%라고 했을 때, 로고스는 10%의 역할밖에 못합니다. 말만 잘해선 안 되죠. 두 번째 요구되는 게 파토스인데 열정이나 감성에 대한 호소입니다. 적절한 감정을 넣어야 상대방 마음을 얻을 수 있죠. 파토스는 30% 정도에요. 에토스가 60%입니다. 에토스는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일순간에 만들어질 수 없어요.


바로 청중의 신뢰(에토스)를 얻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10년 전쯤에 어느 워크샵에 참석했을 때 특별 강연자로 야구 해설가 허구연씨가 오셨는데, 박찬호 선수랑 농담 따먹기 했던 얘기 등등 야구계 일화를 정말 재밌게 풀어주시더라. 1시간 순삭.

그런데 강연이 끝나고 나서 좀 묘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신나게 웃고 즐기면서 강연을 들었는데 머리가 텅 비어버린 듯 기억나는 내용이 하나도 없었던 것. 물론 주제가 정해지지 않은 이벤트 성격의 강연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무엇보다 워낙 티비로 친숙한 인물이라 아무런 부담이나 거부감 없이 강연을 들은 탓이 크지 않았나 싶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받는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에토스의 중요성!

남편과 부인은 서로 신뢰가 깨져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인데, 어느 날 일찍 퇴근한 남편이 웬일인지 설겆이를 했습니다. 여기까지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해서 제3자에게 보여주면 다들 "남편이 선의의 행동을 했다"라고 평가를 내립니다... 부인은 반대로 화를 냅니다. 항의하려고 이렇게 한거냐. 나보고 좀 이렇게 하라는 뜻이냐 등등. 가트맨은 이렇게 풀이합니다. 신뢰가 깨져 있는 상태에서는 어떤 행동을 해도 악의적 행동으로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 친한 영맨에게 들었던 영업 노하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친해지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1. 고객과 안면을 트고, 식사를 한다. (한솥밥 먹는 사이가 되는 중요한 단계라고)

2. 취미를 공유한다.

3. 고객의 고민이나 야망을 공유한다.

4. 고민 해소나 야망을 이룰 수 있다는 제안을 주고 받는다.


사기 당해서 개인 회생 절차 밟고 있는 친구 얘기 들어보면 딱 저 순서. 이 나라 법은 사기꾼 편이더라(..) 총평하면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읽어볼만 하다. 물론 알고 있다 해도 중요한 건 실천이겠지.


나가며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에토스, 로고스, 파토스 각각의 베스트를 보여준다. 하지만 어떻게 다 잘 할 수 있나. 그냥 에토스에만 집중하자. 티비에 출연하자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인간의 천성이 불합리하다는 측면에서 보면 로고스는 셋 중에서 가장 천덕꾸리기 (57페이지) 
가장 효과적인 주장은 청중이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화자가 결론을 말하기 전에 청중이 먼저 결론을 내리게 유도하는 것 (68페이지)  
파토스는 사기가 아니다... 감정이 논리적이지 않다고 해도 결국 수사학의 목적은 설득이므로, 수사학에서 감정을 움직이는 것은 정당하다. (79페이지) 
우리는 어떤 사안을 A와 B중 선택하는 것을 좋아해서,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고 해도 사안을 단순화하여 소개하는 사람에게 쉽게 설득당하는 경향이 있다. (105페이지) 
논점은 3가지를 넘지 않아야 한다. 3가지를 넘으면 준비한 것보다 많거나 혹은 적게 열거할 위험이 있고, 그럴 경우 청중에게 준비성과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다. (107페이지) 
설득력 있는 말이란 상대에게 통하는 말이다.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120페이지) 
초짜 연설가들이 말문을 열 때 노골적인 거짓말(간단하게 얘기하겠습니다)이나 불편한 진실(제가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을 꺼내는데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206페이지) 
대다수 사람들은 많은 사람 앞에 서면 말이 너무 빨라진다. 특히 초조할수록 더 빨라진다. 이럴 땐 천천히...... 못 견딜 정도로 아주 천천히...... 속도를 늦추는 것이 유일한 방법 (207페이지) 
자신의 관심사를 청중의 관심사와 결합시킴으로써 훨씬 더 광범위한 차원의 관심사로 (277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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