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다는 투자 전문가 마이클 모부신의 2012년 저서. 부제가 화려하다.
주식 투자에서 메이저리그까지 승률을 극대화하는 전략
그런데 떼돈 벌 수 있는 투자 노하우는 안 안려줌 대신 세상만사를 결정하는 운과 실력을 구별할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 책의 목적은 운과 실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 운과 실력을 구별하면 예측력이 개선된다 (17페이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일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세상만사에 스토리(의미)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본능을 경계하라고 얘기한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는지 수없이 강조한다)
인간은 모든 상황에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인과관계를 찾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력과 운이 미치는 영향을 구별하기 힘들다 (268페이지)
우리는 기우제가 비를 부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기우제를 지낸다 (306페이지)
본능이라 힘들겠지만 일단 경계 태세를 발령해보자. 그 다음엔?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파악하면 운과 실력의 영향을 받는 분야를 구별할 수 있다고.
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활동(달리기, 체스 등)은 과정이 좋으면 결과도 항상 좋다. 원인과 결과가 항상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기 때문...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활동(도박 등)은 과정이 좋아도 오랜 시간이 흘러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원인과 결과가 단기적으로는 밀접하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 (42페이지)
동전을 던져서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확률은 50%. 앞면이 10회 연속 나왔다고 11회에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갑자기 높아지지 않는다. 물론 일시적으로 앞면 또는 뒷면이 몰아서 나올 때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50% 확률에 수렴한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은 하나의 발생이 다른 발생에 영향을 주지 않는 독립사건이란 얘기. 원인과 결과를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렇게 원인과 결과를 특정하기 어려운 분야가 운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운의 영향력이 강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활동이라면 정확한 피드백을 받을 수가 없다... 노력과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포커는 운의 영향을 받으므로 열심히 연습해도 승률 변동이 심하다. 그러나 실력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승률이 상승 (215페이지)
운이 큰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라면 단기 성과에 휘둘리지 말고 신뢰할 만한 과정을 충실히 따라가야 한다. 그래야만 승산이 있다 (229페이지)
반면 실력의 영향을 받는 분야는 원인과 결과의 연결이 밀접하다. 시험 범위의 50%만 공부한 학생은 출제 범위 선정에 따라, 공부한 범위가 출제 범위에 얼마만큼 포함되느냐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100%를 공부한 학생은 출제 범위의 변화와 상관없이 높은 성적을 유지할 것이다. 시험 범위란 원인이 성적이란 결과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종속사건이란 얘기.
인과관계가 명확하면 똑같은 행동을 할 때 똑같은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오게 된다 (106페이지)
인과관계가 명확한 분야에서는 체계적 훈련과 체크리스트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 (228페이지)
그런데 이거 모르는 사람 있을까? 실력은 성공의 필요조건이지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하는 것은 아마도 실력을 전제로 운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1982년, 나는 MBC 청룡의 백인천 선수를 제일 무서워했다. 타율이 4할이 넘었는데, 내 기억으론 정말 나왔다하면 안타를 쳤음. 그런데 백인천 이후로 4할대 타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의 실력은 과거 어느 때보다 향상되었는데도 실력이 타율에 미치는 영향은 오히려 과거보다 감소... 모든 선수의 실력이 향상되었으므로 운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87페이지)
실력이 상향평준화될수록 그 사회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개천(?) 출신 용은 줄어든다. 이런 환경에서 운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두 그룹으로 나눠 무명밴드의 노래를 들려주고 투표하는 '뮤직랩'이라는 실험을 소개한다.
그룹1: 투표 결과 비공개
그룹2: 투표 결과 공개
실험 결과 좋은 곡은 두 그룹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투표 결과를 공개한 그룹2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은 곡의 점유율이 월등히 높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타인의 평가가 나의 평가에 영향을 주면서 승자가 대부분의 파이를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 사재기를 해서라도 베스트셀러가 되어야 하는 이유
뮤직랩 실험의 특징은 독립 세계와 상호 작용 세계를 비교해 사회적 상호 작용이 어떻게 불평등 환경을 만들어내는지를 구제척으로 보여주었다는 점 (179페이지)
뮤직랩 실험이 알려주는 것은 두 가지다.
1. 환경이 복잡할수록, 조건이 까다로울수록 운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2. 사회적 상호 작용을 지배할 수 있다면 운도 지배할 수 있다?
실력만으로 자신이 없다면 운에 기대고 싶을 것이다. 이때 복잡한 환경에서 운이 작용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사실이 힌트가 될 수도 있다.
(실력이) 유리하면 싸움을 단순하게 만들어라. 불리하면 싸움을 복잡하게 만들어라 (240페이지)
다윗은 일대일로 맞붙지 않고 돌팔매로 골리앗을 죽였다. 운의 비중을 높이려면 상대의 규칙이 아닌 나의 규칙으로 싸우라는 얘기. 그런데 말이 쉽지. 사회적 상호 작용을 지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이상, 기존 규칙을 뒤엎을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정말 큰 행운이 필요하지 않을까?
컨테이너로 해운 혁신을 일으킨 말콤 맥린도 '베트남전' 특수를 만나기 전까지는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한다. 효율적인 시장이든, 비효율적인 시장이든 성공은 운칠기삼.
저자는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이 운에 대처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금수저가 아닌 이상 '실력을 갖추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구나'가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
전반적으로 했던 얘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살짝 있지만 그만큼 중요하니까 강조하려고 그랬겠지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다. 특히 어떤 결과물에서 실력과 운의 비중을 측정해보고 싶다면 이 책이 소개하는 통계 기법들이 도움이 되리라 본다. 기억에 남는 문구를 남긴다.
통계가 유용한지 결정하려면... 목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목표 달성에 필요한 요인을 파악... 인과관계를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수치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 (189페이지)
편향은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므로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232페이지)
다른 사람의 생각과 일치해야 내 판단이 옳은 것은 아니다. 내 데이터와 (건전한 과정을 거쳐서 얻은) 추론이 옳다면 내 판단이 옳은 것 (234페이지)
관례를 거슬러 성공하는 것보다 관례를 따르다 실패하는 쪽이 평판에 유리하다 (235페이지)
통계를 발표할 때는 표본 크기를 밝혀야 하고, 통계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표본 크기를 고려해야 한다... 운의 영역에 가까울수록 큰 표본이 필요하며 실력의 영역에 가까울수록 작은 표본으로도 충분 (295페이지)
우리가 하는 행동과 발생하는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으면 완전히 평균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카지노에서 룰렛 게임을 하고 있다면 지금 따고 있든 잃고 있든 결국은 조금 잃고 말게 될 것 (314페이지)
측정할 수 있으면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목표와 상관없는 것을 측정하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 (315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