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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rasee Nov 02. 2016

언론고시 장수생

뫼비우스 띠 같은 삶

한 동안 글을 못 썼는데 이유가 있었다.


실은 작은 언론사에 붙었기 때문이다. 중소의 중도 안 되는 회사지만 남의 기사 우라까이 하지 않고 기자 나름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기사를 쓰는 곳이라 흔쾌히 선택을 했다. (나이, 오랜 준비기간 등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솔직한 고백이 더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메이저 닷컴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는 그 흔한 광고 배너도 없는 게 나름 매력적이었달까?


아직 수습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지만 어쨌든 기자가 된 것은 사실인데... 사실 아직 언론 고시가 끝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시원하게 고시생 꼬리표를 떼어버리고 진정한 직장인으로 거듭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미적미적 기자도 아닌 준비생도 아닌 신분으로 더 좋은 회사를 바라보려 하는 사람들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은 엄청 많다. 왜냐고? 수요는 많고 공급은 한정적이니까. 이번에도 SBS는 기자를 3명 뽑았다고 한다. SBS지원자가 사실상 1500명을 훌쩍 뛰어넘는데 허수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합격자인 3명 안에 들키란... 아마 우주를 가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세상이다. (지난주 무한도전 보니 우주가 그리 멀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위에 적은 이유. 그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위해 장수생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데일리, 이투데이 같은 회사는 넣지도 않았다. 물론 경제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적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기자 하면 보통 생각하는 일간지와 방송사에 대한 개념이 너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론고시를 시작하는 사람들, 이미 준비한 지 꽤 된 사람들, 더더더 꽤 된 사람들 모두 메이저에 대한 타는 목마름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나도 아직 포기가 안 되는 거 보면. 물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생각은 없다.


최근 SBS 발표가 나고 다양한 공채 작업이 진행되면서 합격이 아닌 '탈락'하는 사람들의 아픔이 다음 카페 아랑에서 빈번하게 보인다. 나 역시 지난해 KBS전형을 탈락하면서 '정말 토할 거 같다'는 글을 한 줄 메모장에 남긴 바 있다. 아프다. 600명 떨구고 이제 3분의 1 안에만 들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1년을 아니 지난 4년을 버려야 한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말이 있다. '최종 아무리 가봐야 소용없다, 단 한 번의 최종 합격이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다시 돌아가도 장수생이 되겠냐는 말에 나는 OK다. 물론 기간을 좀 더 단축시키고 더 현명하게 준비를 하는 수정 작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년은 참 길다. 사실 그렇게까지 준비할 필요도 없는 분야다. 하지만 오래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 그건 무언가 어느 한쪽이든 두 쪽이든 핀트가 어긋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핀트가 어긋나는 지점은 무엇인가?


1. 글

언론사는 '필기'시험이 최대 관문이다. 가장 많은 경쟁이 2차 필기전형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글에 대한 준비를 빠르게 하지 않으면 필기 합격을 못해 장수생이 될 확률이 높다. "준비한 지 1년째인데 아직 한 번도 필합을 못했어요ㅠㅠ"라는 글을 자주 본다. 그건 본인이 합격한 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필합에도 복불복이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붙는 사람은 없다(간혹 가다 있을 수 있겠지만 가뭄의 콩임). 언론사마다 평가기준이 다르고 논리사고체계가 다르고, 이념적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곳에는 붙고 다른 곳에는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어느 정도 실력에 도달했다면 5개의 회사를 지원했을 때 최소 2개, 많게는 3개 정도는 필합을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결과물이 안 나온다면 하고 있는 스터디를 버리고 다른 스터디를 찾아 필기 능력을 갖춘 스터디원과 공부하는 것이 맞다. 정체되어있음을 느낀다면 빨리 벗어나는 것이 답이다.


2. 서류

서류의 자소서는 참 애매모호한 영역이다. 무엇이 정답이라고 말은 못 하겠다. 나의 경우 서류합격 확률이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2014년에 대대적 개편을 한 뒤 처음으로 SBS서류를 붙어보고 채널A, 조선일보 등 대부분의 언론사 서류에 합격을 한 바 있다. 다만 절대 안 되는 곳이 있다. 이런 곳은 '스펙'을 본다고 하는 편이 맞다고 본다. Ex) 한국일보, MBN, 매경, 뉴스 1, 머니투데이 등등

스펙이라고 해서 단순히 영어점수가 높고 학교가 월등해야 함을 뜻하지 않는다. 이런 곳은 그들이 지원자를 보는 관점이 있다. 정확하진 않지만 최소한 인 서울 중간 정도의 학벌(중경외시 라인?)에 영어점수 기본에 기타 추가적인 활동(어학연수, 동아리 등등)들이 고루 배합되어 있는 지원자들을 선호하는 느낌이었다. 간혹 영어점수가 800점 대여도 다양한 대외활동들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느낌? 근데 글을 적다 보니 서류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다소 주관성이 강하니 알아서 판단하시길.


3. 면접

면접에서 핀트가 어긋나는 경우는 역시 밋밋할 때. 다른 지원자보다 눈에 띄는 것이 없을 때. 면접은 자신을 어필하는 과정이니 그러한 요소가 없을 때는 참 통과하기 어렵다.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리적이고 기술적인 부분에서 확고한 스펙 하나쯤은 갖고 있는 것이 어필하기가 쉽다. 가령 따뜻한 마음, 균형 잡힌 분석 같은 추상적이고 인문학적인 요소들은 자신을 어필하기 상당히 어렵다. 누구나 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다고 얘기하며, 또 그것을 짧은 면접시간 안에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지 메이킹! 또렷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 웃는 얼굴은 이거 간단해 보이지만 연습하지 않고 체화되지 않으면 면접장에서 바로 나타나기 어렵다. 필기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늘 웃고, 또박또박 말하려는 연습은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과정이다.


4. 나이

나이는 많을 수록 불리하다. 그렇다고 안 뽑지는 않는다. 그에 걸맞는 경험치를 갖고 있으면 된다. 물론 반드시 직장경력이어햐 할 필요는 없는 거 같다. 나처럼 5년 내내 준비만 했어도 그것은 또 그 나름대로 어떤 면접관에게는 '끈기'라는 요소로 어필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나이가 많다고 쫄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미 쫄아있는 사람은 아무리 나이에 대해 자신을 가지려해도 나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마자 표정이 굳어진다. '진심으로 아무렇지도 않아' '내 나이가 어때서'하는 인식을 몸속 세포 구석구석에 심어야 한다.


5. 자세

앉을 때의 자세가 아니라... 언론고시를 하면서 갖는 마음가짐이라고 해두자. 인생의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천천히 가겠다는 자세도 너무 빨리 결과물을 얻겠다는 자세도 좋지 않다. '1년 해놓고 전 안 되는 거 같아요'라고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주구장창 준비하는 경우.. 오늘의 주제이기도 한 장수생은 정말 언론사만 파서 다른 경우의 수가 없는 경우가 있고, 메이저만 가겠다는 의식때문이기도 하다. 또 본인이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던 과정들이 남들에게는 기본일 수도 있다. 이건 타인을 늘 파악하면서 내가 어느 정도 선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늘 염두에 둬야 하는 과정이다. 빠릿빠릿하게 준비하되, 마음 속에는 항상 여유로움을 가져야 한다. 뭔 소리냐고 하겠지만 내가 준비해보니 그렇다.


6. 회사의 이미지

인재상이라고들 보통한다. 회사가 어떤 지원자를 원하는 지에 대한 파악이다. 우리는 기자를 꿈꾸었고 기자가 되기 위해 공채가 뜬 어떤 회사를 지원할 뿐이다. 처음부터 난 'KBS만 갈거야' 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면접을 합격하고 나니, 내가 어떤 스타일인지를 확실히 잡고 가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 스타일과 회사가 원하는 스타일이 맞아 떨어진다면 그것은 바로 최종합격으로 이어진다. 회사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조건 '기자'라는 범주안에 언론사들을 포괄해서 자신을 어필하지 말아라. 언론사도 결국 애사심을 갖고 자신의 회사를 알아봐주는 인재에게 마음이 가게 되어 있다.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핀트가 어긋났는지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빨리 찾으면 찾을 수록 좋다. 무작정 시험만 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답답하더라도 자신의 문제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어떤 학교를 나왔든, 어떤 전공이든 모두가 기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은 갖췄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이며,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것인가하는 점이다. 글만 잘쓴다고 붙는 것도 아니고 면접을 못 본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그리고 공무원 시험처럼 정답이 있는 길이 아님을 인지하면 된다. 솔직히 언론사에 안 붙었다고 붙은 사람보다 자격이 없다는 말은 아닌 거 같다.


"장수생이 왜 장수생이겠어?"하는 뼈아픈 말들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실력이 안 되는 사람도 있지만 실력이 되도 어떤것이 따라주지 않아 언론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뭐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그러므로 지원자로서 열정을 품되, 아니면 말고 식의 자세를 갖는 것이 언론사 입사를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도 할 만큼 했다는 장수생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글을 쓰고 나니 좀 마음에 안 든다. 핀트가 어긋나는 지점을 6개로 들었는데, 어떤 내용에는 너무 뻔한 교과서적 내용을 적은거 같아서 공간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라도 고칠게 있다면 수정하기를 누르면 되니까...


인생은 그런 거니까...


아니라면 다시 바꿔 써보고


그래도 아니라면 또 다시...


그러니까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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