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이 곳, 스위스
스위스 취리히에 건너와 살게 된 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회사에서 새로운 전근 기회가 생겼는데, 고민 끝에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도 해 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생각만큼 매끄럽지는 않았어요. 전근 가는 팀을 알아보는 과정도 조금은 복잡했고, 막상 나라를 옮긴다고 생각하니 고려할 것도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보니 우여곡절 끝에 취리히에서 살고 있습니다.
처음 떠날 때에는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라, 코로나 확진이 되지 않도록 엄청나게 가슴 졸이기도 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해도 출국 전 코로나 검사는 필수였고, 확진이 되면 2주는 꼼짝없이 출국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였죠. 스위스 이주 후에 일정들이 빽빽하게 차 있던 상황이라, 참 갑갑한 마음으로 출국 전 1달은 숨어살듯이 하던 게 기억나네요. 먼 곳으로 떠나는데도 정든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도 못했던 게 지금도 못내 아쉽구요.
도착하고 나서는 생각보다 매끄럽게 모든 것들이 잘 진행되었어요. 스위스는 관공서 서비스도 참 잘 정돈되어 있었고, 생활에 있어서 인프라도 너무 깔끔하게 갖춰져 있어서 놀랐네요. 지금도 인천 공항 못지 않게 깔끔한 취리히 공항에서 매끄럽게 임시 숙소로 왔던 일이 기억이 나네요. 1월의 그 날도 아주 조용하고, 고요한 분위기의 겨울날이었죠. 나중에 알고 보니, 12월 크리스마스 전야의 취리히는 또 아주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말이죠.
취리히는 정말 도시가 너무 깔끔하다 못해, 한 편으로는 적막한 도시입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도 참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일상을 누구보다 좋아하더군요. 겨울에도 6시면 아침 일찍 호수 주위를 조깅하는 시민들을 마주할 수 있고, 7시면 이미 다들 출근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어요. 그런 사람들이 4~5시면 다들 순식간에 집으로 퇴근해서 저녁 7시만 되어도 거리에서 사람들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다들 집에는 불을 환하게 켜놓고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이 곳의 일상이었죠.
여기서는 한국의 미사일 뉴스도, 우크라이나의 전쟁 뉴스도, 저 멀리 미국의 한파 뉴스도 너무 멀게만 느껴지네요. 지구촌 반대편에서는 상상도 못할 엄청난 뉴스들이 쏟아지는데, 평화로운 일상이 너무나도 생경한 것이 위화감을 줄 정도로요. 너무 평화로운 나날들에 제 기억이 무뎌지기 전에, 지난 시간들의 순간과 생각들을 조금씩 더듬어 보면서 이야기들을 조금씩 빚어 보려 합니다. 겨울은 왠지 글 쓰기 좋은 계절인 것 같으니 말이죠.
오늘도 스위스는 평화롭고, 또 평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