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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유정 Feb 10. 2024

가족여행의 서막

그렇지 아니하면 어떠한家!

내게 기억이라는 저장공간이 생겼을 때에 우리 가족은 7명이었다.

시간이 지나 우리 가족은 10명이 되기도 했다가, 지금은 각자의 공간을 틀어 본가엔 이제 5명의 사람이 살고 여전히 주말이 되면 다시 모여라 딩동댕 10명이 된다.(꼭 식사는 다 같이 해야 한다!라는 정신이 우릴 묶었다)

그냥 태어났을 때부터 화장실은 늘 붐비는 두 개였고 제사 지낼 때 쓰는 큰 상 두 개를 펼쳐야 다 같이 앉아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삼촌들과 이모는 함께 사는 게 당연해 오히려 같이 안 사는 친구들이 이상하다 여기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자취'라는 걸 하기 전까지는 약 26년간 혼자만의 공간이 없어 혼자 자는 것부터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너무 큰 두려움이었다.

사전 설명은 이쯤에서 각설하고 그래서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나' 전형적인 가족의 형태로,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

더군다나 두 아이를 키우는 것과 동시에 10명의 식구를 챙겨야 했던 부모님의 헌신으로 딸아이가 서른을 앞둔 시점, 처음으로 네 명이서 여행길에 올랐다.

넷이서 공항에 있는 것도 신기한데, 더 재밌는 일은 베트남에 도착하니 따로 있었다.

호기롭게 호텔을 예약하겠다 했던 엄마의 귀여운 실수로, 우리 네 명은 한 방, 더군다나 투베드에서 두 명씩 자게 된 것이다.

자다 말고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가 낯설어 이른 아침을 깨웠고, 그런 아빠와 대화하는 엄마와 정빈이의 목소리에 우리 네 명은 한 방에서 자 본 경험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빠의 아침 운동 모습, 더 자고 싶어 하는 동생의 잠투정, 가족들의 뒤척임에 곧장 이불을 걷어내는 엄마의 부지런함과 딸의 코골이 소리를 가족이 된 30년 만에야 우린 알게 되었다.

사실 오늘 나가자마자 방을 따로 하나 더 예약하자고 가족들에게 제안할 생각이었다.

네 가족이 한 방에서 씻는 것에만 한나절이라 비교적 저렴한 물가인 나라에 놀러 왔으니 이 정도 호사는 누리자고 말이다.

그러나, 이 방에서 '유정이, 이거 줘?'하고 분주히 챙기는 엄마와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모두 마치고
'이제 아들딸도 일어나야 하지 않겠어?' 하는 아빠, 그럼에도 죽은 듯이 자는 동생을 보면서 그 말을 삼켜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부모님과 부모가 될 이야기를 나눠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그냥 조금만 더 같이 자고 깼으면, 그래서 우리 가족에게 묻어있는 서로의 습관을 이제서라도 알아갔으면.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치열하게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고 서로를 격려하며 어쩌다 곪아서 흉이 져버린 각자의 자리마다 서로가 새 살이 되어주면 좋겠다.

물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린 또 다른 가정이 되고 더 흩어지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서로의 피할 곳이 되어 10명이 오래도록 함께 행복할 거라는 확신이 누워있는 엄마, 아빠, 동생을 보면서 들었다.

물론 아직 여행 시작 전, 침대 속이라 평화로운지는 모르겠지만 뭐, 대가족이 살며 시끌벅적 자체였던 우리에게 이번 여행이 그렇지 아니하면 어떠한家!, 오늘도 즐거웠는家? 하고 서로 묻는 밤이 되면 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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