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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마케터 Jul 03. 2021

스니커즈로 공매도가 가능할까?

MZ세대 이해기/김만희




STOCK X, 스니커즈를 자산으로 보다 

기업가치 38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2,390억 원의 가치를 평가받는 쇼핑몰이 있다. 요즘 워낙 10억 달러 규모의 유니콘, 100억 달러 규모의 데카톤 기업들이 빈번하다보니 흔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쇼핑몰은 제조업체가 입점·판매하지 않는 특이한 쇼핑몰이다.  

대행업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가 제조업체에서 직접 물건을 구매해서 다시 다른 소비자에게 되파는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소비자에게, 소비자끼리 거래한다. 언뜻 보면 이상한데 MZ세대들은 이 플랫폼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으며 이들의 행보에 주목한다. 바로 리셀 플랫폼 ‘Stock X’에 대한 이야기이다.  


온라인 중고 거래 시장은 MZ세대의 놀이터

온라인 중고거래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중고거래 원조 플랫폼인 이베이(eBay)는 피에르 오미디아르(Pierre Omidyare)가 1995년 11월에 설립했다. 한정된 재화 및 자원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오픈된 공간에서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설정하는 신선한 경매방식으로 시작했다.  

전통적인 경매 방식을 일반 거래에 적용한 이베이는 미국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며 이후 ‘즉각구매(buy it now)’와 온라인 티켓 판매 및 페이팔(Paypal)을 통한 지급이체 서비스 등을 확대하면서 현재의 이베이 왕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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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매니아 카페, 실물 인증을 위해 신발과 본인 아이디를 함께 사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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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Z세대의 패션 놀이터인 무신사(MUSINSA)는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프리챌 커뮤니티로 시작했다. 현재는 MZ를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온라인 패션커머스 기업이 됐지만, 본래 무신사 커뮤니티 안에서는 스니커즈를 소비자들끼리 사고파는 메뉴가 있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어떤 신발이 출시됐는지, 인기는 얼마나 있는지, 얼마의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알 수 있었다. 요즘에는 나이키매니아(나매 커뮤니티) 등이 이러한 커뮤니티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베이(커머스), 국내는 무신사 및 나이키매니아(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들끼리 스니커즈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리셀(Resell) 문화가 생겨났고 동시에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했다.  

<STOCK X는 구매 전에 정품을 인증한다>


첫 번째는 ‘신뢰’의 문제였고 2번째는 ‘가격 불균형’의 문제였다. 우선 중고 판매는 사기 거래, 가품 등으로 판매자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았다.  

오픈마켓인 만큼 누구든지 팔수 있다는 건 장점이었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거짓으로 상품을 올리고 돈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가품을 진품으로 위장해 사기 거래의 위험에 빈번히 노출됐다. 

이 때문에 이베이는 제품을 받은 후 지급을 유도하는 페이팔, 네이버는 ‘N PAY’ 등을 통해 거래를 유도하거나 판매자들도 판매 아이템의 실물사진을 본인 아이디가 적힌 쪽지와 함께 내보이는 방법, 그리고 사기 피해 시 아이디 신고 등으로 커머스와 커뮤니티의 신뢰도를 획득하고자 했다. 하지만 사후약방문과 같다는 평가와 함께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물론 신뢰도는 거래 횟수가 반복될수록 자체적으로 쌓였고 시스템적으로도 많이 개선됐지만, 사실 거래의 특성상 ‘가격 불균형’은 구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불만족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판매자의 희망가와 소비자의 구매희망가가 일치하지 않거나 누군가 가격을 올리면 시세에 대한 이슈로 댓글 논쟁까지 벌어지는 일도 빈번히 일어났다. 마치 품질에 대한 이슈와 가격에 대한 정보 비대칭 문제로 인해 중고차 시장의 ‘레몬 시장(lemon market)’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현상이 포착됐다.  

온라인에 오픈된 정보를 구매자가 먼저 탐색한 뒤 판매자에게 원하는 가격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되고 있어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시장이 된 것이다.  

이렇게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 생기고 있었지만 플랫폼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안해주지 못했다. 이후 가격과 제품 모두를 믿을 수 있는 리셀 플랫폼 ‘Stock X’가 나타났다.  

<photo freep> 


시대의 흐름, 리셀 플랫폼 Stock X의 탄생

Stock X는 주로 운동화를 판매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이자 의류 리셀러이다.  

2015년에 댄 길버트, 조쉬 루버, 그레그 슈워츠, 크리스 카우프만이 창업해 2016년 2월 출범했으며 미국 디트로이트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플랫폼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앞서 말한 리셀 플랫폼의 2가지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신뢰 문제는 대규모의 검수센터를 통해 직접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것으로 해결했다. 먼저 신발을 팔고자 하는 고객이 제품을 보내면 Stock X는 상품 상태 및 진위여부를 판단해 구매 희망자에게 상품을 보내주었다. 직거래를 통한 위험부담을 해당 플랫폼이 나서서 보증한 것이다.  

사실 스타트업은 시간과 인력이 많이 소요되는 부분은 선택하지 않지만 Stock X는 과감하게 검수센터를 마련했고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했다. 이런 투자들이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두 번째 문제인 ‘가격 불균형’에 대한 불만은 그들만의 창의적인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로 주식 시장의 거래를 참고했다. ‘스니커즈=자산’ ‘자산=주식’으로 규정하고 스니커즈를 주식시장처럼 가격이 결정되도록 한 것이다. 



<stock x에서의 스니커즈 가격은 마치 주가처럼 매일 변한다.> 

주식 블로거 트레이터 K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상승과 하락은 현재가를 바라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인 가치판단의 결정값이다. 주식의 가치는 현재가격이며 주식의 현재가격에 대한 감정을 수요와 공급의 양이 결정한다’라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4월 26일 현재 삼성전자의 주식(액면가 100원)은 82,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액면가 100원의 주식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828배인 82,800원에 사고판다. 

이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가격이 다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생산성 및 수익성을 기반으로 업종 현황 및 전망에 따라 미래가치가 얼마나 있을지 판단해 거래한다. 

주식의 한정된 수량(보통주 기준 6,419,324,700주)을 바탕으로 공급이 일정하기 때문에 수요의 변화에 따라 가격은 변동한다. Stock X는 자산을 돈으로 거래하는 주식시장처럼 스니커즈 현물 시장으로 해석했고, 그 결과 매일매일 수요와 거래량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스니커즈 스톡 마켓을 론칭했다. 

신뢰 확보와 불투명한 가격 문제를 해결한 Stock X에 대한 MZ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Stock X의 가치는 약 4조 3천억 원으로 평가받고 있고 국내에도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리셀 플랫폼은 여러 가지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데 네이버는 크림(KREAM), 무신사는 솔드아웃(SOLD OUT), 서울 옥션은 엑스엑스블루(XX BLUE), KT엠하우스의 리플 등 국내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Stock X를 앞서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photo businessoffashion> 


스니커즈 리셀시장에서 공매도가 가능할까?

4월 24일 KT의 리플은 구매권을 거래할 수 있는 ‘빠른 거래’ 서비스를 선보였다. 빠른 거래는 실물 배송 없이 리플 앱 내에서 한정판 스니커즈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는 기능이다.  

사전에 검수를 마친 스니커즈를 대상으로 판매자가 스니커즈를 빠른 거래로 판매하면 구매자는 실물 배송을 받는 대신 해당 상품의 ‘권리증’을 발급받게 되는데, 본 권리증을 바로 타인에게 되팔 수 있다. 정리하면 실제 신발(제품) 없이도 소유권 증명이 가능한 권리증만 있으면 사고 팔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거 왠지 낯이 익다. 어디서 많이 본 시장 같지 않은가?  

21년 5월 3일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날이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사태로 지난해 3월 16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가 전면 금지됐다가 약 1년 2개월 만에 재개됐다.  

공매도(空賣渡)란 영어로 Short Selling, 즉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미리 빌려서 팔고, 나중에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음으로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업이다. 공매란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다. 

현물 주식 거래를 실물 스니커즈 배송에 비유한다면, 소유권만 판매하는 건 마치 주식 선물 거래와 개념은 같아 보인다. 한정된 자원은 곧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달은 MZ세대의 니즈와 그것을 활용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니즈가 만나, 금융공학에 맞게 신발 리셀 시장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니커즈 시장은 선물, 옵션 및 파생상품으로도 발전이 가능할까? 물량 수급 관점에서 보면 사실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증권거래소가 있는 주식과는 달리 공급 결정권이 제조업체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키, 아디다스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무한정 찍어내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서 가격은 낮아지고 리셀은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로 아디다스사에서 카니에 웨스트와의 협업 제품인 ‘이지부스트’의 물량을 확대하면서 가격이 폭락하자 Stock X CEO는 리셀 시장 교란에 대한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에 Stock X는 사업 확장을 위해 거래 카테고리를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수집품, 핸드백, 전자제품 등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희소성에 기반 한 경매가치가 있는 물건들까지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Stock X는 이른바 ‘현재 문화’와 관련된 플랫폼, 인증, 틈새 콘텐츠를 제공하며 안정적인 시장 선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정품에 대한 재투자 열풍의 대표격으로 사세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리셀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들은 스니커즈 거래를 시작으로 한정된 자원이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아이러니하게도 소비재를 통해 깨달았다. 최근 불고 있는 코인 열풍 역시 투자에 편견이 없는 그들만의 시각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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