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책을 읽고도 이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다니. 4명이 같은 책을 읽었지만, 각자 달랐던 문화독식 멤버 4명 (은, 영, 하, 인)의 짧은 도서리뷰. 책이 가벼웠던 만큼, 가볍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하 우빛속)>을 리뷰했다. (가벼운 마음을 담아 반말 구어체로 적어봤다)
주변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대에 부풀어서 읽은책이야. 그런데 기대 탓인지 주변의 평만큼 좋지는 않았던 것 같아(개인적인 감상이니 직접 읽어보면 다를 수 있음!). 일반적인 SF에 인문학적 감성을 한 스푼씩 넣은 정도? 세계적인 SF작가 테드 창 <숨>의 순한맛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던데 나도 읽으면서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어. 만약 테드창의 작품을 읽기전이었다면 더 만족하면서 읽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아, 그리고 비문이 꽤 많아서 읽는동안 조금 거슬렸다는 점도 아쉬워..)
그래도 생각할 거리도 많고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이라 편하게 읽기 좋았어. 가장 좋았던 단편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였는데, 지구로 순례를 떠난 순례자들이 사랑에 빠져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말하는게 신선하게 다가왔어. 초반엔 배경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집중하기가 힘들었는데 그 덕인지 계속해서 뒷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구. 특히 마지막 구절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거야"라는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아.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간이 괴롭지만 많이 행복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기 때문일까? 아무튼 SF에 흥미를 붙일 수 있고 신선한 설정으로 인간, 세계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준다는 점에서는 추천해! 하지만, 더 어렵고 심도있는 SF소설을 원한다면 테드 창의 <숨>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나는 책을 읽으면서 SF의 장르도 이렇게 사람의 감성을 터치할 수 있구나 놀랐어. 그리고 각 소재들이 우리가 한 번쯤은 상상해 봤을 법한 것들인데, 그것들을 참신하고 감성적으로 풀어내서 그런지 흡입력이 강한 책이었어. 나는 특히 '색채 언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 맛으로 소설 읽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공감각적인 작가의 표현력에 감탄했어. 노을을 보면 풍경이 말을 걸어온다니, 정말 감미롭지 않니. 또한 작가는 대부분의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고, 장애인 등 약자들을 기존의 책들과 다른 방법으로 다루어서 다양성에 있어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
시리즈들 중 <관내 분실>을 읽으며 주인공이 생전에 이해 못한 어머니를 기억들로 만들어 낸 가상의 어머니를 만나면서 어쩌면은 혼자만일지도 모를 화해를 하는 장면이 뭉클했어. 그치만 읽은 후에도 내 상상력을 자극했던 건 '공생 가설'이었던 것 같아. 난 최초의 기억이 있기 전에는 우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항상 궁금해 했었거든. 성악설이든 성선설이든 인간의 타고난 윤리성에 대해서 항상 논란이 있던 것도 '최초의 기억 전의 우리'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나는 그 단계의 우리들을 작가는 '외계성'이라는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 신선했었달까? 우리가 말하는 인간성은 사실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니라 인간 밖에서 온 것들이었다는 역설이 참 머리에 맴돌더라. 왜, '공생 가설'에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한 그림 작품에 대해 얘기하잖아. 어디에도 없는 세계가 사실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존재하는 세계였던 거지.
SF장르이지만 사람냄새나는 이 책, 가볍게 읽기 정말 추천해! 마지막으로 작가의 말을 인용할게,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나는 이 책이 너무 따뜻해서 좋았어. 사람에 대해, 사랑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더라면 쓸 수 없는 문장들이 좋았어. 이 책이 특별(?)했던건, 단편 속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여자라는 점이었어. 나는 일본 소설, 특히 일본 남자작가가 쓴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들의 소설에는 맥락도 없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경향이 있거든. 근데 이 책은 불편한 점 없이 읽혔어. 여성에 대한 부분 뿐만 아니라, 장애에 대해 생각하게 한 점도 좋았어. 우리는 장애나 아픔이 없다면 유토피아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는 진정한 유토피아란 신체적인 결함이 말끔하게 소거된 세상도, 그렇다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을 격리해놓은 세상도 아닐지 모른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다양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했던 것 같아.
가장 좋았던 단편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였는데, 그 중에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올리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라는 문장이 제일 와닿았어.
나는 “사랑한다는게 뭘까?” 라는 질문을 늘 해왔어. 가족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외에 약자를 위해 온몸을 바치는 성직자들을 보면서 이게 사랑인가? 그들은 왜 자기 몸을 바쳐서까지 그들을 위해 살까?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거든. 근데 저 문장을 보고, “아 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이 맞서고 있는 세계에 함께 서 주는구나” 싶었어.
작가의 말 중에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는 문장이 있었는데, 왜 이 소설이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알겠더라. 점점 더 외로워지는 이 세상에서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서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 나도 그렇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현실에서는 세속적인 것들에 흔들리기 쉬워서 괴리감을 느꼈던 것 같아. 근데 이 책에서는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라고 위로받는 느낌이었거든.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따뜻하고 올해의 책으로 꼽았어.
일단, 수록된 여러 단편 소설이 모두 각각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해서 좋았어. 이야기가 담고 있는 주제와 색채는 뚜렷하지만 그것들이 너무 무겁지 않고 가벼운 느낌과 언어로 쓰여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 자칫 잘못하면 너무 철학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니까 이야기들이 누구에게나 흥미를 줄 수 있는 정도의 선에서 잘 풀어진 것 같아.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굉장히 ‘힘 있는 파스텔화’ 같다는 생각을 했어. 책 표지가 파스텔톤이어서 그런가? 하하. 각 단편소설마다 주제도 다르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분명한데, 그게 독자에게 강요하는 식이 아니라 파스텔화를 볼 때처럼 부드럽게 다가오는 느낌을 주거든. 언젠가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올 법한 일들이지만 또 지금의 현실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판타지 세상의 이야기라서 더욱 그런 듯 해.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은 많아졌지만, 그것들이 무겁지 않아서 만족스러웠던 것 같아. 나도 많은 친구들이 좋은 수록작으로 꼽아준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이하 ‘순례자’)를 예로 들어 보고 싶어. 나는 요새 현생(현실 생활)에 지칠 때마다 종종 ‘다른 세상, 다른 시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내가 더 행복했을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거든. 그런데 <순례자>에서는 고통 없고 차별 없는 유토피아적 세계에서 사는 주인공이 결국 고통과 차별이 가득한 세상으로 떠나잖아. 그걸 보면서 ‘진정한 유토피아’는 결국 내 가슴 안에 있는 사랑에서 찾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결론적으로, 나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특히, 현실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는 싶지만 그렇게 무게감 있는 고뇌는 하기 싫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최고의 책인 것 같아. 그리고 틀에 박힌 남성서사 위주의 한국 소설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추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나는 여러모로 재밌게 읽었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