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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식사] 나는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심너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자극적인 책 제목에 끌려 결제한 이 책은 놀랍게도 SF소설이었다. 올해 초에 읽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인간과 과학기술에 대한 고민을 따뜻하게 풀어낸 소설이라면, 이 책은 유토피아를 꿈꾸며 발달하는 과학이, 헬조선과 만났을 때 벌어질 모습들을 극단적으로 그린 것 같다. 이 책은 오로지 인간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감정과 윤리에 대해 "응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다. 또, 과학기술이 온다면 지금 보다는 나은 삶을 살 수 있겠지 라고 기대하는 우리에게 "응 아닐수도~ 꿈깨"라는 말을 하는 것 같다.


단편 <초광속 통신의 발명>,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는 깔깔거리면서 읽었다.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도 대학원생들과 직장인들은 여전히 고통받는구나 싶었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하는 과학기술이 인간의 불행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이러니였다. 단편 <저 길고양이들과 함께> 까지만 해도 이 책 너무 웃겨! 라는 느낌이었다. '남근의 숙주로 사는 남성들에게 중성화를 통한 해방'이라니. 상상만 해도 통쾌했다.


때론 너무 비현실적인게 가장 현실적이다. 단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 미래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가장 신선한 단편이었다. 지금의 MZ세대가 70대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만든다. 지금의 난 MZ 세대다. 그리고 난 많은 어른들을 보며 "와 나는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지" 다짐한다. 물론 나도 늙어가고 있지만 '라떼는'을 외치는 젊꼰이 되지 않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도 배우고 경계하며 존중받는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추한 노인'이 되기 전에 죽고 싶다는 생각한 적도 있다.


출처: 자이언트 펭 TV 캡처




단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지금의 MZ세대가 노인이 되었을 때를 그린다. 애플에서 노인만을 위한 제품군을 출시하며 지금의 콩나물 모양의 에어팟을 보청기로 만들며 노인들의 향수를 되새긴다. 노인이 된 MZ세대의 주인공 '양윤'은 추하게 늙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70대여도 품위 있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보청기 에어팟을 사고, 지하철 노약자석이 비어있지만 앉지 않고 문 근처에서 봉을 잡고 선다.


'양윤'이 대학생 시절, 버스기사와 실랑이하며 고집부리는 노인을 보며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70대 '양윤'은 아직까지 그 노인을 떠올리며 "그 노인네처럼 살고 싶지 않고 싶어, 세상이 바뀌는 거 잘 따라가고, 지금 사는 데 안주하지 않"으며 산다. 그리고 '나 정도면 예의 바르고 괜찮은 노인 네지. 나이 들었다고 사람들을 어이없이 윽박지르지도 않고, 더러운 말도 안 하고. 나는 존중받을 만큼 괜찮게 산다.'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양윤'은 취기를 빌려 젊은 사람들이 하는 가상현실 어쩌고 하는 게임에 도전한다. 게임에 필요한 어플 설치부터 모든 게 어려웠지만, 젊은이의 도움으로 캡슐 안에 들어갔다.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게임은 70대 노인에게 어려웠다. '양윤'은 심한 멀미를 느끼며 구역질을 하며 바닥에 엎드렸다. 젊은 점원이 그를 잡초 뽑듯 캡슐에서 끌어내고 가게 밖으로 질질 끌어냈다. 그리고 젊은 직원은 양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아유, 어쩜 이리 늙은이들은 죄다 진상들이냐.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출처: 미운우리새끼 캡쳐


책을 덮으며 배우 박중훈의 어머니가 한 말이 생각났다. "노인 너무 무시하지 마라. 내가 갈 길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이해할 수 없는 노인들을 볼 때면 노인 혐오의 감정이 생겼다. 특히, 선거 기간에 '노인 선거권 박탈'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 중 누군가는 "맞아. 그 사람들이 있으니까 변할 수가 없어"라며 맞장구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노인 선거권 박탈'이라니, 얼마나 잔인한가. 의견을 전달할 방법조차 노인이라는 이유로 차단한다니.


"야 너도 노추 될 수 있어"


단편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야 너도 '선거권을 박탈당한 노인'이 될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뼈를 맞은 느낌이었다.


존경받는 어른이 되기 위해 나 역시 노력하고 있지만, 어쩌면 다음 세대가 나를 경멸하는 것은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세대가 늙어서 다음 세대에게 경멸받는 것은 필연이나, 다만 훗날 조카와 그 세대의 사람들이 나를 너무 경멸하지만 않기를 바란다'.  



도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

P.S. 네 번째 문학독식의 도서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남영돈이라는 항정살 집에서 진행했다. '쫄깃쫄깃한 가브리살'과 '아삭아삭한 항정살'을 맛있게 먹으며 아이러니하게도 단편 <한 터럭만이라도>가 생각났다. 언젠가 배양된 인육에 '쫄깃쫄깃한 김OO', '아삭아삭한 강OO'이 네이밍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어 소름이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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