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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구 Jul 03. 2018

내 나이가 어때서

-할아버지, 할머니의 말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에 마침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 그날따라 편히 앉아서 갈 수 있었다. 내 앞에는 한껏 예쁘게 꾸미고 멋진 모자를 쓰신 할머니와 별로 꾸미진 않았지만, 왠지 투박스러울 것만 같은 할아버지가 나란히 앉아 계셨다. 할머니가 옷도 곱게 차려입으시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 계셔서 '멋쟁이 할머니시네.'라는 생각 정도만 하고 있었다.


그 다음 역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나오자, 할아버지가 일어나셔서 문 앞으로 가셨다. 다음 역에 내리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지하철에 다음 역에 정차하기 전, 할아버지가 손을 머리 위로 올리시더니 큰 하트를 만들어 할머니에게 보여주시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난 할머니의 소녀같은 웃음을 봤다.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해맑게 웃으셨다. 그러더니 할아버지에게 답이라도 하는 듯, 요즘 유행하는 손가락 하트를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런 두 분을 나도 모르게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풋풋한 학생들의 애정표현은 많이 봐왔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애정표현은 처음 보는 듯 했다. 어색하지만 예뻤다. 어색해하는 나에게 그들은 마치 몸의 언어로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우리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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