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은 줄 알았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고등학생 때 생리통이 엄청 심했었다. 얼굴이 하얗게 변하고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생리통이 심하게 올 때마다 예민하게 굴었다. 엄마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짜증도 냈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이건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 참다 참다 결국 진통제를 먹어야 고통은 끝이 났다. 그때 그 시절 엄마는 괜찮은 줄 알았다.
성인이 되고 엄마의 산부인과 진료를 따라갔다가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시절 엄마는 괜찮지 않았다는 것을. 산부인과 검진을 하기 전에 간호사가 기본사항을 체크하는 종이를 주었다. 엄마가 쓰는 펜의 움직임을 따라 가며 체크 항목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경했다.
'생리통이 있습니까?' 라는 항목에 '예'라고 체크하는 엄마를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엄마는 한 번도 나에게 생리통 때문에 아픈 티를 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물었다. "엄마, 엄마도 생리통 심했어요?" 엄마가 답했다. "그럼, 너무 아파서 약 먹었었지."
그때 그 시절 엄마는 괜찮지 않았다. 그것 하나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아직까지 죄송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