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열일곱 홀든은 영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낙제하여 퇴학을 당한다. 홀든은 기숙사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고 집으로 갈 수도 없다. 부모는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알아서도 안 된다. 홀든은 홀로 뉴욕으로 가서 며칠 머물기로 한다. 크리스마스 무렵의 뉴욕 거리를 배회한다. 빨간 사냥 모자를 쓰고.
홀든에게는 습관적으로 나누는 대화와 인사 모두 가식과 위선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불만이라는 듯이, 욕과 비속어를 거침없이 쓴다. 독자는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홀든의 의식을 따라간다. 방황하는 사람의 머릿속이 정리되어 있을 리 없다. 그의 생각은 뒤죽박죽이고 감정은 들쭉날쭉하다.
열일곱, 아이도 어른도 아닌 소년 홀든이 기숙사를 나와 뉴욕 호텔, 바, 영화관 등에서 방황하면서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무엇이었을까. 홀든은 대화가 하고 싶다. 이를테면, 센트럴파크의 오리가 추운 겨울에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 수녀들이 화려한 식당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슬퍼할 때 자신의 마음에 공감해 줄 그 누군가와 대화가 하고 싶다. 하지만,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호수의 오리 따위에 관심 갖는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의미 없는 것이 홀든에게는 의미가 있다. 진정으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우울하다.
방황에 지치고 돈도 다 떨어질 때 즈음 홀든은 집으로 간다. 부모님 얼굴을 보기에는 죄송하고 두렵지만 사랑하는 여동생 피비 만큼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0살 피비는 귀신같이 홀든이 또 낙제하고 퇴학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도대체 좋아하는 것이 있기는 하냐고, 되고 싶은 것은 있냐고 따져 묻는다.
피비의 질문에 홀든은 호밀밭에서 노는 아이들을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못하게 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얘기한다. 겨울에 오리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고 싶은 사람처럼. 그 특이한 희망 사항을 동생 피비는 끝까지 잘 들어준다. 그리고 또 다시 집을 나서려는 홀든의 손에 피비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위해 모아 둔 돈을 주자 홀든은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린다.
홀든은 울음을 터뜨리면서 알았을까. 사실 자신을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은 여동생 피비라는 사실을. 파란 드레스를 입은 동생 피비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홀든을 잡아 주었듯이 방황에서 나를 구원해주는 건 저 멀리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세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 가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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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든의 방황은 결국 '나의 자리는 어디인가', 자리 찾기다.
학교에서 여러번 퇴학당한 홀든은 학생도,
집안에서 자랑스러운 아들도,
대화를 나눌만한 친구도
될 수 없었다.
방황 끝에 홀든이 찾은 자리는,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 한 작품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영화 <호밀밭의 반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