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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Feb 08. 2020

시간이 오는 게 두렵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남편이 결핵으로 1인실에 있었던 기억이 계속 난다.

폐암 말기, 호스피스를 선택하고 방문형 호스피스를 하고 있을 때, 결핵 판정을 받고 독한 결핵약을 먹고 통이 더 급격해졌던 남편... 병원에서 조차 침대가 부서질 듯 당장 창으로 뛰어내리기라도 할 듯 아파서 데굴데굴 굴렀던 남편...


처음에는 결핵이 의심된다고 해서 검사를 하고 자가 격리 생활을 했었다. 검사 결과 결핵이 아니라고 했다가 조직배양 결과가 나오고 몇 주가 지나 최종 결핵 판정을 받았다.

결핵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남편은 몹시도 우울해했고  설명을 하는 간호사 선생님도 몹시 우울해하셨다. 남편은 호스피스를 선택한 내가 결핵약을 먹는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했고 간호사 선생님은 복용약 개월 수보다 짧을 남편의 남은 삶을 떠올리는 듯 보였다.

남편은 가족을 생각해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약만 먹으면 죽을 것처럼 아파했었다. 잠복결핵 검사를 해야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을 때 남편은 데굴데굴 구르다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왔다. 나는 이웃 언니에게 아이들을 부탁하고 구급차를 타고 온 남편을 데리고 응급실 음압 격리실로 들어갔다. 남편은 거기서 며칠, 그리고 1인실에서 한동안, 다시 검사를 하고 전염성 없음 판정을 받고  다인 병실에서 며칠,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그리고 하늘로 갔다. 지금이 딱 그맘때 격리생활을 시작했을 때다. 마음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들이다.


어젯밤에 휴대폰에 있는 남편 사진을 한 장 한 장 넘겨보고 살짝 울면서 잠들었는데 밤에  꿈을 꾸었다. 남편이 검사와 진료를 받아야 해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우리 둘이서 막내를 데리고 갈까 말까, 오늘 느긋하게 출발하고 병원 근처에서 잘까 내일 새벽같이 출발할까 고민을 하던 꿈을... 폐암 투병하던 시절 늘 하던 생각과 일들이 꿈에 나왔다. 그런데 남편과 같이 고민했는데 꿈에서 남편 얼굴이 선명하게 나오지는 않았다. 꿈에 나와주지를 않는다. 다시 얼굴을 만지고 등을 토닥여 줄 수가 없다.


1인실에 있을 때, 지난해 2월, 아이들에게 아빠를 보여주려고 찍었던 사진. 가까스로 통증을 잡고 겨우 잠들었던 이 순간. 쓸쓸하게 보이는 이 사진. 가끔씩 이 사진을 보고 또 본다.

지금부터 삼월까지 지독하게 마음 아플 시간들이 다가온다. 겁이 난다.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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