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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뚜라미 Jul 31. 2023

정엽에게 위로받은 어느 멋진날

Nothing better than you

낮에 우연히 노천에서 깔깔 거리며 밥을 먹다가 들은 정엽의 목소리. 언제들어도 다정한 목소리에 달달한 가사이지만 오늘은 왠지 축 쳐졌던 마음의 그늘을 와락 거둬내어 따뜻한 볕을 쬐어주는 느낌이었다. 웃고 얘기하고 또 웃는 시간들 속에서도 진짜 속의 마음은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는 이유로 주말을 내내 무겁게 견뎌내고 있었던거 같다. 들춰내봐야 괜한 청승으로 빠질까하여 기분을 모른척 모른척 하고 있었지만, 모두와 헤어져서 홍대 신촌을 휘돌아 걷는 동안에도 나는 나도 모르게 nothing better than you 하면서 슬쩍 훌쩍 거렸다.


지금의 상황과 관계들이 참 좋고 참 행복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과거의 어떤 순간들을 그때의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혹시, 라는 수많은 아쉬움들이 마음을 덮쳐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다 잘살고 있어서 다행! 이라는 마음. 반대로 아예 처음부터 알지 못했으면 좋았을 인연들과 나를 아프게했던 일들, 끊겨버렸다기 보단 억지로 끊어내졌던 관계들을 우연히 문득 확인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솟는다. 마음이 아픈 일들이 더 이상은 제발, 부디 없었으면 좋겠다는 쪼그라든 마음에서는 어린이 같은 불안함이 퐁퐁 생겨났다.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이 불안하다니 얼마나 바보같은지 모른다. 아마도 이런저런 걱정이 온갖 가지를 쳐나가는건 새가슴같은 내 마음이 더더욱 종잇장처럼 얇아졌다는 의미겠지. 무슨일만 생기면, 무슨 말만 들으면 쿵쿵 내려앉고 속상해하는 탓에 맘껏 좋아야 할 시간조차 그게 끝이날까 두려워 하는 유약한 어른이 되어버린것만 같아 속상하다.


좋아하는 만큼 좋아해도 되는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그땐 잘 모르는 거니까 이젠 더 후회하지 않게 정말로 지금 지금의 시간에 잘해야지.


그래도 다행이다. 미워하는 사람없이 이렇게 모두를 축복할수 있어서. 웅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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