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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꿈은해녀 Feb 11. 2024

공황


밝고 당당한 어깨가

한평 작은 굴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나는 

겁쟁이

겁쟁이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서운

겁쟁이


예쁜 두꺼운 껍질을 쓰고

힘없이 돌아오는 길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어

껍질의 무게에 비틀거리지


점점 더

바깥이 무섭지만

내가 가진 건 비루한 몸뚱이뿐이라

막혀오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질질 발을 끌며 나갈 수밖에 없어


밤마다 안전한 굴 속에서

얇디얇은 거죽에 눈물을 적셔

한 장 한 장 붙여나가며

내일이 밝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내일은 더 두꺼운 껍질을 쓰고 나가야지

더 무거워진 발걸음이 들키지 않도록

후들거리는 두 손을 간신히 맞잡고 서면

아무도 모를 거야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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