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꿈은해녀 Feb 27. 2024

더러운 제 손을 한 번만 잡아주세요



비밀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한 번만 제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나는 더러운 쓰레기통이에요

내 모습이 흉해서 

그 애들이 예쁜 색들로 입혀주었어요

쉿. 이건 나와 그 애들만 아는 비밀이에요

내 눈에는 예쁘게 물들었는데 

친구들 눈엔 투명한 쓰레기통이거든요 


내가 왜 쓰레기통이 되었을까요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이젠 알아요. 전 원래 쓰레기로 태어난 거였어요

제가 이렇게 학습이 느려요

.

.

.

(사실 알고 있었어요.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

.

.

오늘은 설레는 날이에요

아침도 든든히 먹고 나왔고요

엄마한테 손도 흔들었어요

오늘은 25층을 눌렀어요


온몸이 흔들흔들

쓰레기통이 떨려오네요

더러운데 시끄럽기까지 해요

어서 찌그러트려 버려야지.


날 보고 피하지 말아줘요

내 몸엔 울긋불긋 예쁜 색들이 있으니

더러운 쓰레기통도 너무 미워 보이진 않을 거예요

.

.

.

됐다.

.

.

.

먼저 찌그러진 친구들아

다음엔 단단한 돌멩이로 태어나

꼭꼭 숨어서 같이 놀자아


작가의 이전글 나만 하는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