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이야기 하나 해줄게요
한 번만 제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나는 더러운 쓰레기통이에요
내 모습이 흉해서
그 애들이 예쁜 색들로 입혀주었어요
쉿. 이건 나와 그 애들만 아는 비밀이에요
내 눈에는 예쁘게 물들었는데
친구들 눈엔 투명한 쓰레기통이거든요
내가 왜 쓰레기통이 되었을까요
처음엔 이해가 안 되었지만
이젠 알아요. 전 원래 쓰레기로 태어난 거였어요
제가 이렇게 학습이 느려요
.
.
.
(사실 알고 있었어요.
진작 이랬어야 했는데)
.
.
.
오늘은 설레는 날이에요
아침도 든든히 먹고 나왔고요
엄마한테 손도 흔들었어요
오늘은 25층을 눌렀어요
온몸이 흔들흔들
쓰레기통이 떨려오네요
더러운데 시끄럽기까지 해요
어서 찌그러트려 버려야지.
날 보고 피하지 말아줘요
내 몸엔 울긋불긋 예쁜 색들이 있으니
더러운 쓰레기통도 너무 미워 보이진 않을 거예요
.
.
.
됐다.
.
.
.
먼저 찌그러진 친구들아
다음엔 단단한 돌멩이로 태어나
꼭꼭 숨어서 같이 놀자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