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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Oct 30. 2020

여행은 누구와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한국, 대구 (1) 

익숙한 도시를 새롭게 여행해보는 시간


한창 입시 준비를 할 때 20대를 기대하며 많은 목표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으뜸은 내가 살고 있던 도시를 떠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타지로 공부를 하러 갔고, 많은 도시를 여행으로 다니며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씩 넓혀왔다. 그렇게 대구는 많은 도시 중에 하나가 되었다. 많은 도시를 여행하면서도 대구를 여행할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대구는 그저, 우리 집이 있는 도시였다. 그런데 대학 졸업 후, 이 도시를 여행으로 알아볼 시간이 생겼다. 그저 우리 집이 있는 도시였던 대구가, 어느덧 가끔씩 '여행으로 만나게 되는 도시'가 되었다.


한때 내가 있는 도시라는 이유로 친구들이 이 도시를 방문했다. 친구 한 명은 대구 여행이 목적이 아니라, 나를 보는 게 목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 여행을 앞두고 친구들이 더 열심히 계획을 세워서 방문했다. 나는 그들의 계획을 보며 동선을 정리해주며 보조를 맞췄다. 친구들의 계획을 보니 그 사이 대구가 먹방 도시, 카페 도시, 빵집 순례 도시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을 마중하고 배웅하며 같이 웃고 걸으며 즐겨 본 도시는 꽤 재미있는 곳이었다. 많은 장소들이 밀집해있고, 먹을 곳이 많고, 젊은 사람들이 아기자기하게 여행하기 좋은 곳이었다. 타인의 시선으로 내가 사는 도시를 바라보게 되었는데, 그게 꽤 활력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니, 계획 없이 다녀도 꽤 흥미로운 곳이었다. 요즘엔 가고 싶은 곳 한 곳만을 정해 여유롭게 다니는 편이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자주 대구를 오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하기 때문인데, 우리는 매번 여행할 때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어 즐겁다. 수성못, 앞산, 김광석 거리, 근대골목 거리, 서문시장 야시장, 아양교, 금호강 벚꽃길, 북성로, 서성로, 두류공원 등.. 어딜 가나 새롭고 편안한 즐거움이 있었다. 내가 좀 더 잘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여러 배경을 다 제외하고 여행지로서 대구는 꽤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내가 사는 도시를 여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여행은 '누구와'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인식하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식당이라도 친한 친구와 가면 맛집이 되고, 그저 산책로 중 하나임에도 친한 친구랑 같이 걸으면 그곳이 특별한 거리가 되는 것이다. 혼자 서점을 거닐 때보다 같이 책을 고르면 더 넓은 세계를 마주하게 되고, 혼자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지만 친구와 함께 마주 보거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그 분위기와 추억이 더 커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살던 곳을 여행했기 때문에 더 이런 점을 많이 느꼈다. 한 장소도 마음먹으면 더 자주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같은 곳이라도 누구와 가느냐가 참 다른 인상을 준다. 그 인상은 내가 사는 도시의 인상도 바꿀 수 있다. 앞으로 대구를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더라도 이 마음을 기억해두려고 한다. 일상을 여행처럼 살기, 정말 일상이 흩어져있는 도시를 여행해보니 알 수 있었다. 그게 얼마나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지를.


2017, 대구, 이 도시를 여행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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