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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Q Nov 16. 2020

여름날, 긴 하루를 함께하는 여행

한국, 인천 

즐거운 한여름 무더위 인천 여행 - 차이나타운에서


8월의 어느 무더운 여름날, 서울에서 인천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개인적으로 인천은 5년 전에 대외활동을 하면서 와 본 적이 있는 도시지만, 여행으로 온 건 처음이라 무척 기대되었다. 바다를 좋아해서 더 신났다. 서울에서 1호선 종점역인 인천역까지 가는 길이 심심할까 봐 편의점에서 바나나 우유와 약과를 샀다. 살짝 과거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를 내며 여행에 올랐고, 문학동네 팟캐스트를 듣거나 수다를 떨다 보니 금세 인천에 도착했다. 내려서 바로 보이는 차이나타운으로 갔다. 여기에 온 우리의 목적은 하얀 짜장. 오전부터 문을 열어 거의 첫 손님으로 들어갔다. 처음 먹어 본 하얀 짜장은 별미였다. 고소한 맛이 계속 젓가락을 향하게 하는 맛이었다. 백짬뽕도 통영에서 먹었던 맛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깊은 맛을 냈다. 기분 좋게 든든하게 먹은 후, 우리는 근처를 거닐기로 했다.


해가 하늘 정중앙을 향해 올라가고 있을 때, 우리는 근처 동화마을로 향했다. 아기자기한 동화 속 그림이 그려져 있는 벽화를 구경하며 걸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속 주인공들을 떠올리니 동심으로 돌아간 듯했다. 다양한 동화 세계가 이어졌다. 한참을 걷다 보니 피부에 바로 닿는 태양이 너무 뜨거워 바로 보이는 카페로 잠시 피신하기로 했다. 얼음이 둥둥 들어간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니 다시 여행할 만한 에너지가 생겼다. 여행 땐 이렇게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제는 안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쉬고 나서 다시 본 차이나타운에 들어서자마자 빨간색으로 칠해둔 기둥과 건물들은,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을 떠올리게 했다. 그 사이를 거닐며 머릿속으로는 하얀색 짜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이번엔 버스의 종점 '월미도'로 향했다.


즐거운 한여름 무더위 인천 여행 - 월미도에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내린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향해 걸었다. 처음 보는 인천 바다였다. 월미도에서 바라보는 바다 끝에는 작게 아파트가 보였다. 춤추는 음악분수를 벤치에 앉아서 보기도 하고, 쨍한 햇살 아래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다. 문화의 거리 촘촘하게 나있는 건물들을 따라 걷다가, 두 번째로 해에게서 잠시 떨어져 있기 위해 2층 카페에 들어갔다. 얼음산 꼭대기에 흰 떡이 두 개 올려져 있는 소복한 우유빙수를 먹으며 잠시 열을 식혔다. 선글라스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은 강한 햇살이었다. 거리에 사람이 적었는데 카페 안엔 사람들로 붐볐다. 여행 중엔 때로 쉬어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그런데 그걸 두 번이나 실행할 정도의 날씨였다니! 


뜨거운 햇살을 보내고 다시 만난 인천 월미도는 훨씬 다니기가 편했다. 편안한 시야 확보가 가능해서 아까보다 더 씩씩하게 걸어 다닐 수 있었다. 우리처럼 이 시간을 즐기러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낮에 본 분수와 같은 음악분수지만 이제는 이 분수가 어떤 높낮이로 움직이는지 여유 있게 바라볼 수 있었다. 여기는 음악 하듯 여행할 수 있는 곳이었다. 잠시 쉬고 있는 갈매기가 보였고, 새털구름이 하늘을 더욱 생기 있게 만들어주었다.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사람들이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우리도 그 여유를 같은 마음으로 즐겨보았다. 여름을 참 좋아하는 나, 그 이유는 하루가 길다는 점에 있다. 하루를 아쉽지 않게 만들어주는 긴 하루. 여행지에서 긴 저녁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긴 해와 여유로운 사람들 속의 우리가 아름다웠다.


저녁을 먹은 후 빙글빙글 돌아가는 관람차를 탔다. 처음에는 5분이 너무 짧은 시간이라 아쉬워했지만 막상 타보니 시간이 딱 맞았다. 이제는 깜깜해진 주변을 둘러보기엔 빛이 더 강렬하게 보였지만, 인천 바다가 잘 보이는 이 곳을 아주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생각보다 내가 높은 곳을 꽤 무서워한다는 사실도 덤으로 알았지만. 여하튼 5분은 아주 알맞은 시간이었다. 내려와서 아까 위에서 보았던 월미도 등대길로 향했다. 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우리는 같이 길을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풍경을 마음속에 담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한 오늘 하루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우리와 함께 했던 무더위도 잊지 못할 동행친구로 남았다. 우리에게 이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2019, 인천, 아름다운 바다, 시원한 바람, 그리고 함께하는 여행 
2019, 인천, 신나는 토요일, 주말여행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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