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해
어디서든 저 멀리 바다를 볼 수 있는 경남 남해 여행
대학 동기 친구들과 처음으로 1박 2일 국내여행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경남 남해! 다들 한 번도 가보지 못했으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 만장일치로 선택했다. 11월 중순, 계절상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해도 당연한 때지만 예상밖에 포근한 날씨에 가져온 외투가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같은 경상도지만 부산에서 남해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다가 한참 고속도로를 달리니 어느샌가 저 멀리 바다가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남해에 도착해서 숙소에 가장 먼저 들렀다. 우리가 사 온 먹을거리와 가방을 두기 위해서. 이미 뷰가 멋져서 숙소에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곧바로 다랭이마을로 향했다. 층층이 계단식 논이 보이고 가장 아래쪽은 바다와 가까워지는 특이한 지형은 남해에서 볼 수 있는 매력 중 하나다. 최대한 아래로 내려가서 본 바다와 다랭이마을 풍경이 멋졌다. 왔던 만큼 올라가서 조금 걷다가 전경이 잘 보이는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각자 시킨 음료가 다 맛있어서 돌려가며 맛보는 재미가 있었다. 더 어둡기 전에 운전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의 숙소는 창문을 열면 바로 테라스가 있고 저 멀리 바다가 보이는 멋진 풍광을 자랑했다. 펜션 주인아저씨에게 부탁한 바비큐 숯불은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늦게 왔지만 그 시간만큼 배가 더 고파져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가는 삼겹살과 소고기와 소시지. 조금 밤공기가 쌀쌀해졌을 때쯤 안으로 들어와 라면을 끓여 먹고, 준비한 케이크를 오픈했다. 하나의 귤 박스가 바닥을 보이면서 노곤노곤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서 쉬면서 이야기 나누고 자유롭게 밤을 보냈다. 테라스에 나가면 까만 밤바다가 보였다. 남해 밤바다~ 귀를 기울이면 파도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고요한 이곳 펜션에서 다들 꿀맛 같은 잠을 잤다.
멸치쌈밥과 복슬복슬 털 뭉치 양을 조우했던 여행
다음날 숙소에서 조식을 만들어 먹고 섬이정원에 갔다. 겨울로 접어들어가는 11월이라 꽃이 완전히 펴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듬성듬성 예쁜 풍광을 자랑했다. 모든 곳을 걸어 다니며 사진을 아주 많이 남겼다. 친구랑 함께 가면 그런 점이 좋다.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웃고 추억할 수 있는.. 개인이 꾸며둔 정원이라던데 참 넓고 아기자기하게 포토존을 많이 설치해두어 하나씩 해보며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다.
남해에 와서 그래도 멸치쌈밥은 먹고 가자고 해서 바로 근처에 있는 곳에 들어가 한 끼 식사를 마쳤다. 한 친구 빼곤 전부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맛있게 먹었다. 자박자박하게 끓는 멸치전골을 쌈에 싸 먹는 요리였는데, 새로웠고 남해를 맛으로 기억할 땐 이 맛이 들어갈 것 같다.
우리는 마지막 여행지로 양 떼 상상목장을 선택했다. 스무 살 때 내일로 여행을 갔을 때 강원도에서 양떼 목장을 가보지 못하고 내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로부터 8년 만에 종단으로 반대편에 있는 양떼 목장을 가게 되었다. 양은 당연히 눈처럼 흰색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베이지색과 갈색에 가까웠다. 양 사이에 한 마리 검은색 알파카가 눈에 띄었다. 입장하자마자 우리에게 양에게 줄 밥이 든 바가지를 두 개 주었다. 양에게 밥을 주는 경험은 소리도 지르게 하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양의 혀가 길었고 손바닥에 올려둔 밥을 먹는 혀의 힘이 강렬했다. 그렇지만 아이들도 주고 있고 한 번 줘보니까 익숙해졌다. 우리는 산책을 하며 목장을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조금 남은 양의 밥은 반대편에 서서 흔들었을 때 반응한 유일한 양이 있었는데, 그 양이 우리에게 다가왔을 때 다 주었다.
그렇게 우리의 남해 여행은 끝이 났다. 일요일 저녁 고속도로는 차로 붐볐다. 한참을 걸려 도착한 부산. 우리끼리 함께 한 여행은 재밌었다. 대학교 때 만난 우리가 이제 차를 타고 여행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남해는 특히 차가 없으면 여행이 아예 불가한 곳이었다. 친구들과 함께여서 가능했던 남해여행! 특별한 늦가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