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자취를 시작한지 반년쯤 지난 시점이였던걸로 기억합니다^^
회사에서 근무를 하고 퇴근 후 자취방에 돌아오면
다시 주부의 역활을 해야하는 자취생활은 정말 쉽지 않았죠.
특히 먹는게 가장 큰 문제였는데요.
(청소나 빨래는 미뤄둬도 되니까? -_-;;)
당시의 저는 자전거에 빠져있었기에 (-ㅅ-)
주말의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는데 사용.
결국 장보러갈 시간이 없었습니다.
(에...뭐...결국은 지놀거 다 놀면서 바쁘다고 하는 소리지요 -_-;;)
이렇게 지름은 시작되고...-ㅅ-
결국 저는 인터넷 장보기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금요일에 조금 더 일찍 출근해서 근무시간이 시작되기전에 물건을 골랐던거 같아요.
자취생이 되어 직접 장을 보면서...
좋은점이라고 한다면..
애들 입맛인 제가 좋아하는 냉동식품들을 마음껏 구입할수 있었다는거?
(부모님과 함께 살때에는 마음껏 구매할 수 없었지요. )
나쁜점은...
체중이 폭발적은 증가하고 있었다는거.............-_-;;;
그날 아침도 그랬습니다.
아침을 못먹어서 배가 매우 고픈 상태였건걸로 기억하는데요.
사무실 자리에 앉아 주말마트 메일들을 읽어보던중
우연히 냉동순대 세일 안내 문구를 보게 되었죠.
"순대 세일, 500g 에 xxx원 배송비 무료."
진짜 맛있어 보이더군요.
게다가 무배 !
....여기에서 멈췄어야 하는데...
곰곰히 생각을 해보니 아무리 무배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딸랑 순대만 구입하는건 제 신용카드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같다는 생각에 (..-_-)
저는 몇가지 식품들을 추가로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게 됩니다.
(배고픈 상태라 그랬을까요.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식료품만 7만원어치를 결제했더군요 -_-)
그렇게 신나게 결제를 한지 며칠이 지난후.
사무실에서 열심히 근무를 하던중이였는데.
갑자기 사무실로 택배가 왔다고 받으러 나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게 뭔가 하고 1층으로 내려가보니 택배기사님이 커다란 박스들을 건내주더군요.
아차.
배송지를 깜박하고 사무실로 설정해둔 상태 그대로 주문을 했었더군요.moon_and_james-13
슬쩍 박스를 열어보니 순대를 비롯한 돈까스, 닭발 등등의 식료품들이 가득 -ㅅ-;;
과장님 : 허대리.......-ㅅ- 저건 또 뭔가요?
나 : 에...순댑니다...-_-
과장님 : 흐음.....=_= (의외로 별로 놀라지 않으심.)
참치통조림 같은거야 천천히 조금씩 집으로 들고가도 되는데
점점 녹아가고 있는 냉동식품들이 문제였죠.
......뭐 큰 문제는 아니였습니다.
가방속에 한가득 냉동식품들을 집어넣고가면 퇴근하면 되니까요.
흔한 회사원의 서류가방속 물건들 -_-
참치캔들은 이렇게....
며칠에 걸쳐서 자취방으로 운반 했습니다.
당분간 식량걱정은 없다는 생각에 보기만 해도 흐뭇했습니다.
나의 첫 순대요리
약간의 부가 설명을 추가해보자면,
저는 자취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요리를 해본적이 거의없었습니다 -ㅅ-
그동안 살아오면서.. 요리에 관심자체가 아예 없었죠.
냉동 순대를 구입하고 보니
맛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길거리에서 사먹는것보다는 확실히 가격대비 크기가 만족스럽더군요.
(저는 양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입니다 -ㅅ-)
그.런.데.
막상 먹으려고 보니까 이 꽝꽝 얼려져있는 순대를 어떻게 요리해야할지 모르곘더군요.
전자렌지로 해동하면 간단히 해결될거같았으나 당시 제 자취방에는 전자렌지가 없었습니다.
이걸 통째로 물에 넣고 끓이는건 또 아닌거같고.
결국 본가에 전화.
평화롭게(?) 잘 지내고 계시는 어머니에게 SOS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순대를 요리하려면 찜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 찜기가 있으면 되는구나 !!
그렇게 저는 냉동 순대를 먹으려면...
찜기가 필요하다라는걸 알게되었지만..
제 자취방에는 당연히 찜기따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안샀으니까 !)
........그러나 배가 고픈 사람은 꽤 필사적으로 변하게 되더군요.
이렇게 냄비 아래에 앞접시를 깔고.
물을 살짝 부은후.
앞접시 위에 젓가락을 올려서 순대를 그위에 올리면.
이게 바로 간이 찜기.
어떻게든 되지않을까 ?
..................라는 생각으로 시도해보았으나 이런 모습 (-_-)
그렇게 첫번째 시도는 실패
(균형이 안맞아서 순대가 물에 빠지고 말아서 그대로 끓여짐.... -_-)
그래도 해동(?)은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살짝 먹어봤는데 순대의 맛?은 모두 물속으로 빠져나가버린건지
돼지향이 살짝 첨가된 밍밍한 당면맛.
아........
이게 뭐야....
그.러.나.
나름 제가 또 이과계열 출신 아닙니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심사숙고후
젓가락으로 더욱더 단단한 구조를 완성.
결국 최종적으로 이런 모양의 간이 찜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간이 찜기를 훌륭하게 그 역활을 해냈죠 !
기왕먹는거
제대로 해먹자는 생각에 꽃소금도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옆에 있던 카레 박스를 접어 그릇을 만들고
대충 소금과 고추가루를 섞어서 꽃소금 완성 (-_-)
그후에는 총각김치를 꺼내 테이블 세팅을 완료했습니다.
제대로 (?) 냉동 순대를 조리해서 먹어본 소감은...
일단 2줄까지는 무난히 먹을만 했습니다.
분식점에서 파는건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다보니 양껏먹을수 없었는데.
집에서 해먹으니 이날 정말 순대는 원없이 먹었어요.
인터넷몰에서의 구매 소감들을 읽어봤을때 냄새도 나고 맛이 없다는 글도 종종 있었기에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요.
에..........제가 입맛이 싼건지 (-_-) 아니면 당시 배가 너무 고팟던건지. (-_-)
맛있었어요.
단.... 맛있다고 느낀건 2줄까지만.
그 이상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부터...
급격히 느끼하게 느껴지기...시작합니다 -ㅅ-
(아마 배불러서 그럴수도 있구요 -ㅅ-)
배가 부르면 그만 먹으면 되는건데.
바보같이 음식물쓰레기를 만들기 싫다는 생각에 정말 꾸역꾸역 다 먹었던거같습니다.
..........그덕분인지.
이때 순대에 너무나 질려서 (-ㅅ-;;;)
남은 순대는 도저히 그대로 못먹겠더라구요 -_-
결국 저는 다른방식으로 먹기로 하고 레시피를 검색했는데
순대볶음에 제 눈에 쏙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저는 그후로 순대볶음 이라는...저의 첫번째 요리를 만나게 됩니다.-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