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에세이
저의 부족한 에세이 한 편이 월간에세이 11월호에 실렸습니다.
2025년 5월 13일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제 막 한 달 정도에 접어들었을 때 즈음, 제안 메일이 꽤 자주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만들어주겠다던 회사, 제 글을 사이트에 올려도 되느냐는 제안, 서평 제안 등등
브런치는 이런 곳이구나, 글을 써보기를 잘했다며 느끼고 있던 중 조금은 다른 색다른 제안의 메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원고청탁서
원고를 청탁한다는 것은 글을 써달라는 것인데 글을 쓴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에게 어떤 분이 이렇게 귀한 선물 같은 발걸음을 해주셨을까 살펴보니 '월간에세이' 편집장님이셨습니다.
사실 두려움과 부담이 가득하여 이를 어찌해야 하나 집에서 혼자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마음과는 다르게 손은 이미 답장 메일을 쓰고 있었습니다.
답장을 보내놓고 저지른 후에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자고 한 것은 꽤 잘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뭔지는 잘 모르겠고 크게 별 일은 아닌 것 같지만 글이 지면으로 나오는 경험을 할 수는 있는 것이니 일 벌리기 좋아하는 제가 또 저지르고 만 것이죠. 참담했습니다.
6월 말까지 원고를 보내주시면 된다는 말씀에 시간은 한 달이나 있구나 싶었는데 글감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보통 브런치 글들은 2주 전에 써서 예약 발행을 해놓고 있는 저인데 이런 부담감과 압박은 처음 느껴보는 터라 뭘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마음이었습니다.
이미 창작을 본업으로 하고 계신 분들은 도대체 이 압박을 어떻게 버티고 쓰고 계신 걸까, 혹은 음악을 만들어내고 앨범을 제작하는 것일까 경외심이 마음에서 솟구쳤지요.
(에세이 한 편 쓰는 것 가지고 참으로 호들갑을 떨었던 것 같습니다.)
이미 브런치에는 월간에세이에 글을 쓰신 분들이 꽤 계십니다.
그 글들을 다 보지는 못했지만 거기에 누가 될까 노심초사 어떻게 하면 최고의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시간은 흘러 벌써 6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결혼식 사회까지 봐주었던 제 인생의 귀인 중 한 명인 고등학교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날은 제가 돌아오자마자 글을 쓸 수 있던 날이었습니다.
누군가의 고민은 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글감이 되었고 그렇게 원고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래도 실제로 지면에 실리고 누군가 보게 되는 글인데 퇴고를 열심히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꼴도 보기 싫은 글을 며칠 내내 보고 고치고 수정해서 완성하고 마감기일 하루 전 밤이었나 전달드렸던 것 같습니다.
7월 ~ 10월 사이에 나올 거라고 답을 주셨으나 10월호에까지 실리지 않았고 연락이 없어서 저는 제 글이 너무 형편없어서 도저히 실을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구나 혼자 생각했습니다.
참담한 심정으로 편집장님께 여쭤봤더니 다행히도 11월호에 실릴 예정이라고 말씀 주셔서 간만에 기도로 감사를 전했습니다.
그렇게 제 글이 처음 세상에 지면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세상 밖으로 나온 글을 보니 부끄럽기도, 스스로 더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지금까지 계속 짧다면 짧은 시간 글을 쉬지 않고 쓰고 있는 것에 수고했다고 해주고 싶지만, 역시 쉽지 않은 세상에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은 너무 많이 계시고 출간의 기쁨과 초판부터 몇 쇄 까지 이어지는 겉보기에 승승장구한 모습에 괜히 기죽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유일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제 글일 수도 있어서 소중히 간직하려고 하고 그래도 이왕 나온 거 자랑도 하고 싶고, 무엇보다 브런치를 통해 이렇게 감사한 원고청탁이라는 제안도 받아볼 수 있고 살면서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감사드립니다.
여전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브런치에도 감사드립니다.
* 월간에세이에 적은 글은 추후에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브런치에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