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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판중 Dec 20. 2022

특허 협상 이야기 – 에피소드 26 (기술협상준비(3)

기술협상

몇일 후, B사로부터 편지가 왔다. 

친애하는 김지훈씨, 

귀하의 답신에 감사드립니다. 

귀사의 수정 제안을 참고하여 아래와 같이 협상 일정과 방법을 결정하고자 합니다. 

1. 기술협상 일정 

- 1차 기술협상 (동경, 3/28~29, 09:00~17:00), 자료교환: 3/25 17:00

- 2차 기술협상 (서울, 4/11~12, 09:00~17:00), 자료교환: 4/8 17:00 

- 양사 조건제시 (4/25限) 

2. Business협상 및 타결 일정: 5월 ~ 6월(2개월), 6월말까지 타결 완료

상기 일정은 대승적 차원에서 귀사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것이며, 올해 상반기 안으로 타결이 되지 않으면 추가 협상없이 소송으로 손해배상과 침해중지 판결을 받아내자는 것이 당사 경영진의 의사임을 알려드립니다. 귀사의 동의 여부와 기술협상의 참석자 명단을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귀하의 조속한 답변을 기대합니다. 

Best Regards,

와타나베(渡辺)


우리 회사의 수정 제안을 대부분 수용하였으나, 타결 시한을 정하고 결렬될 경우 추가 협상은 없다고 하며 우리를 압박하는 내용이었다.

B사에서 제시한 일정과 방법의 수용 여부에 대하여 회사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일단은 B사의 제안에 동의하고 기술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1차 기술협상까지 2주 남짓 남아있었다. 


다음날 실무자 회의가 열렸다. 

지난 회의 이후 바짝 기세가 오른 정과장이 나섰다. 

"우리 회사 특허 2건의 대한 B사 제품의 침해를 주장하는 공격 자료와, B사 특허 5건 중 대응논리가 확보된 4건에 대한 방어 자료는 저희 팀에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회사 차원에서 자료가 완성되면CP&L로 보내서 리뷰 및 보완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문제는 B사 회로 1번 특허인데, 외부 전문 써치펌(Search Firm)을 한 곳 더 선임하여 무효자료 조사를 진행 중이고, 조사 결과는 금주까지 받기로 했습니다. 

무효자료 조사가 접수되면, 회로 1번 특허에 대한 무효 논리를 수립하는 워크숍을 별도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

정과장이 갑자기 나를 둘러보면서 물었다.

"장대리, C&L에 의뢰한 선사용 제품 수배는 어떻게 되고 있나요?"


"현재까지는 큰 진전은 없는 것으로 연락 받았고, 이번달 말까지 기존에 활용한 네트워크에 더하여 미국 현지의 중고제품 판매망까지 추가하여 찾아본다고 했습니다."

회의 참석전에 보고한 사항이라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텐데 굳이 나에게 다시 묻는 것이 의아했지만 간단하게 답했다. 

"아무래도 완성된 기술협상 자료를 CP&L변호사들이 리뷰하고 보완할 때, 기술적인 설명이 필요하니 미국 현지 출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중고제품 등을 통해 한시라도 빨리 선사용 제품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구요." 

정과장이 나의 대답을 받아 곧바로 제안했다.

아무래도 자신을 빼고 다녀왔던 미국 LA 출장이 못내 부러웠는지 걸핏하면 출장갈 기회를 만드려는 것 같다. 


"물론 기술협상 자료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시간도 촉박하고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를 분담하여 Rehearsal 준비도 해야 하니 CP&L과의 업무협의는 Video Conference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정과장이 말한대로, 우리회사 특허 2건의 대한 공격 자료와, B사 특허 5건 중 대응논리가 확보된 4건에 대한 방어 자료는 저희 팀에서 북극해와 협의하여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자료가 완성되면CP&L로 보내서 리뷰 및 보완을 해야 하니, 정과장이 책임지고 다음주 초까지는 완료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아직까지 미진한 B사의 회로 1번 특허에 대한 비침해 논리와 무효논리 발굴에는 제품개발팀에서도 계속 신경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팀장이 정과장의 제안을 단칼에 끊고 상황을 정리했다. 

네, 모두 답했고, 정과장도 탐탁치 못한 표정으로 답했다.


일주일 후에, 북극해의 김변리사와 제품개발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우리회사 특허의 공격자료와 B사 특허 5건에 대한 방어자료 작성이 완료되었고, 리뷰와 보완을 위해 CP&L로 보내어졌다. 

추가 선행자료 조사에 힘입어, B사 회로 1번 특허에 대한 대응 논리는 약하지만 103조 무효주장이 가능할 정도로는 수립되었다. 

자료가 작성되기까지, 정과장은 회피설계를 챙긴다는 이유로 기술 협상자료 작성은 모두 나에게 미루었고, 자료가 완성되자 팀장 보고는 본인이 한다고 했다. 

속으로는 고까운 기분이 들었지만 회사에서는 직급이 깡패인지라 그냥 알겠다고 했다. 

일 스트레스보다 사람 스트레스가 더 크다더니 정과장과 함께 일하면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CP&L의 리뷰와 보완을 거쳐 기술협상 자료가 완성되었고, 협상을 위한 Rehearsal이 진행되었다. 우리 특허 2건에 대한 공격은 정과장, 그리고 B사 패널 특허 2건에 대한 방어는 이수석, 회로 특허3건에 대한 방어는 박책임이 하고. 나와 김변리사는 예상 반박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으로 역할을 정하여 수차례의 예행 연습이 진행되었으며, 예상 Q&A를 도출하여 사전에 숙지하는 과정도 포함했다. 

또한, 양사의 협상기간 동안은 특허소송을 중지하자는 제안을 해보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졌다. 

B사와 2차례의 통화를 통해, 참석자와 상세 스케쥴이 정해졌다. 양사 특허기술의 정확한 해석을 위해 외부 전문가는 각 1명씩 참석하기로 했고, 우리 회사는 북극해의 김변리사, B사는 일본 출원대리인인 야마타(山田) 변리사가 참석하는 것으로 양사간에 양해되었다.

1차 기술협상에서는 양사 특허에 대한 침해주장 및 반박을, 2차 기술협상에서는 상대 반박에 대한 재반박, 특허별 입장 확인 및 결론을 내는 것으로 스케쥴이 합의되었고, 1차 기술협상 자료가 상호 교환되었다.




우리 회사의 협상 참석자인 김지훈 팀장, 정과장, 제품개발팀의 이수석과 박책임, 북극해의 김변리사 그리고 나 6명이 탄 비행기가 일요일 오후에 하네다(羽田) 공항에 도착했다. 

동경의 휴일 오후는 벚꽃이 흐트러지게 핀 화창한 봄날이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도로는 하얀색과 분홍색의 벚꽃이 만발하였고, 나들이하는 사람들로 거리와 공원이 넘쳐났다. 


첫번째 기술 협상을 앞두고 긴장되었던 마음이 활짝 핀 벚꽃 길을 거닐 자니 좀 풀어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좋은 날씨에 출장이 아닌 여행으로 온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예약한 호텔 프론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했다. 


Tip 26. 

기술협상(Patent Discussion)전에 적절한 업무분장과 임무를 정하고 충분한 Rehearsal을 진행하여 협상 팀원 간의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상 참석자 중에서 거칠게 나서는 bad guy와 상대방 입장을 조율하는 good guy역할을 정하여 두는 것도 협상에 도움이 되며, 상대방의 예상되는 반박과 질문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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