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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주민 Apr 27. 2022

50+인턴 면접 자리에서 든 상념

나이 듦에 대해, 나이 든 사회에 대해 생각한다

#1 50+


반듯하게 앉은  나의 입에 이목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순간 ‘야자타임느낌이 들었다. 평소대로라면 반대편의 내가 잔뜩 긴장하며 면접을 보고 있을 분들 같은데,  업계/회사에서 20~30 이상 일한 경험이 있는, 고위 임원에 사장까지 지낸 잔뼈 굵은 사회생활 대선배들인데, 나랑 엇비슷하거나 훨씬 어린 청년 분이 함께 결정권을 지닌 면접관으로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50+ 인턴 지원자우리 일터로 모시기 위한 자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들이 참 많아지겠구나. 평균수명은 길어지고,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영화 <인턴>에서 처럼 노장 직원이 회사의 가장 말단으로 들어가는 상황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일생에 거쳐 ‘업’을 몇 차례 바꾸며 새롭게 배우고 익히며 살아갈 세상은 앞으로 계속 전면화될 것이다. 그렇게 세대가 섞이고, 위치가 뒤바뀌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도출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 ‘장유유서’, ‘나이주의’(ageism) 정서와 문화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서로 불편하고 힘들다. 아랫세대는 윗세대와 수평적으로 소통하기 힘들고, 윗세대는 ‘평’ 직원으로, ‘초심’으로 돌아가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분명, 능력과 자질, 적재적소의 인사는 나이와 상관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아직 문화, 정서적으로 관행적으로 나이에 따라 가능성을 아예 막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소수의 고지 점령자를 제외하면, 여러모로 나이 듦은 서러울 것이다. 어느덧, 나도 그쪽으로 서서히 기울어가는 나이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청년기를 생각하면 물론 힘들고 여러모로 답답하고 어려운 현실이지만, 일확천금을 주더라도 난 청년을 택한다.


분석과 전망은 넘친다. 바꿔야 할 당위도 만날 제기된다. 정작 바꾸기 힘든 건 문화고 습관이고 관행이다. 이를 어떻게 타파하고 보다 수평적이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와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2 눈이 부시게


요 근래 가장 인상 깊게 본 드라마는 '눈이 부시게'다.  


몇 년 전에 한 작품을 이제야 넷플릭스를 통해서 봤다. 스물다섯의 여주인공(한지민)이 졸지에 젊음을 잃고 하루아침에 50년이 흘러 할머니(김혜자)가 된다. 노인이 되어 바라본 세상은, 앞날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파리하게 사그라든 그야말로 어둠이자 절망이다. 하릴없는 연명이고 잉여로움이다. 결국 효도를 상품화한 사람들에게 낚이고 착취당하며 일상을 산다.  


드라마가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건, 세대 간의 이해와 소통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지닌 점이었다. 나이 든 여주인공이 아직 그대로 스물다섯인 친구들과 울고 웃고 나들이 다닌다. 가혹하리만치 처참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남주인공(남주혁)을 키우고 살린 것도 결국 곱절 나이를 건너뛴 할머니다. 그렇게 젊은이에게도, 노인에게도 매일의 태양이 뜬다. 오늘도, 지금 여기에서 눈이 부시게


#3 Alternative Assets


좌우지간 우리 사회는 초고령 사회로 향하고 있다.

간혹 주변에서, 은퇴 후 혹은 노년기에 즐겁게 살기 위한 공간을 같이 조성하며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분들을 접하게 된다. 사회에서의 역할은 줄고 가족도 점점 작아진다. 혼자서는 외롭다. 그래서 주거와 일상을 같이 영위하는 주택(시니어 코하우징 등)이나 공간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며 알아보고 있는 분도 보인다. 커뮤니티 케어와 같은 대안도 자주 언급된다. 삶터와 연결된 근린, 커뮤니티 공간을 본인의 경험이나 관심사를 가지고 꾸려서, ‘나’를 보살피고 지역 커뮤니티와 교류하며 지내고 싶은 분들도 마주하게 된다.   

 

바야흐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대략 1955-1964년생)의 은퇴기가 도래하고 있고 이미 상당 부분 진입한 전환기를 살고 있다. 인생 2,3,4 모작부터 돌봄, 관계, 일 등 다양한 사회적 필요들이 당장 도출될 것이다. 한편에서 보면, 여하튼 무엇이건 간에 ‘가진 분'들일 것이다. 그간 쌓은 인적, 물적 자원, 성공, 실패의 경험 자산들이 있을 것이다. 이를 혼자만의 것이 아닌 다양한 ‘대안적 자산, 공간, 프로그램’들로 계승되게끔 견인하는 시도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전환기 삶을 추동하고 아랫세대까지 보듬는, 그렇게 떠나더라도 남는 것. 단절보다는, 적절한 보존과 과감한 혁신의 역동적인 조화가 세상을 전진시킬 것이다.



- PS 이 글은 지역자산화협동조합 홈페이지도 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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