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알고 싶은 해변을 찾아서②… 고흥 발포해수욕장, 남성리해수욕장
추석 연휴 동안의 고흥은 잔칫날 같다.
출향 한 자녀와 가족들이 돌아오는 시기,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의 웃음소리가 뒤섞이고, 여행인 듯 일상인듯한 회합의 발걸음이 모여 반도 끝 남도의 땅을 지배한다. (고흥은 명절 시기가 가장 사람들이 붐비는 때 같다. 휴가철보다 오히려 더 시끌시끌한 분위기. 한때 인구 23만 이상으로 당시 전남에서 3번째 인구 밀집 지역이었다고 하니, 많은 출향민들이 각지에 퍼져 있을 것이다)
연휴에 찾은 발포해수욕장은 여전히 아늑했다. 이곳은 올 때마다 좋구나, 일상 속 오아시스로 삼을 만한 곳. 화려하진 않지만 수려하고, 적당한 인파가 옹기종기 돗자리를 펴고 쉬어가는 곳. 커다란 비트음이 해변 사방에 울려 퍼지는 떠들썩한 휴가철의 들뜸보다는, 오늘을 살며 맞이하는 한줄기의 빛과 바람, 그리고 자연이 선사하는 느린 리듬과 설렘이 깃든 바닷가.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바다는 거칠거나 사납지 않다. 여유로운 살롱에서 듣는 클래식 선율 같은 느릿한 파도 소리와 잔잔한 파도의 물결무늬를 내비친다. 고운 모래사장은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기에 안전하고, 가족이 머물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해변 뒤편으로는 울창한 해송이 넉넉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그 아래 돗자리를 펴고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마치 한 폭의 액자 정원이 시야에서 펼쳐지는 듯, 절경이다. 수려한 바다, 시원한 바람, 오후의 햇살과 눈부신 모래사장, 아이들의 재잘거림, 강아지 뛰어노는 모습…. 캠핑의자까지 펴서 기대앉으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나!
소위 ‘어메니티’라 부르는 편의나 위락시설 같은 건 거의 없지만(물론 씻는 곳과 화장실 등 기본적인 건 근처에 다 있다!), 그렇기에 불필요하게 눈에 거슬리는 게 없는, 깔끔하고 정감 있는 바닷가 풍경이다. 바다와 모래와 한 몸 뉘일 해송 아래 그늘과 직접 가져온 돗자리, 텐트, 음료, 먹을거리... 만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펠리치타! (이탈리아어 Felicita 행복)
이탈리아 노래로 ‘서로 손을 잡고 멀리 가는 게 행복이야, 서랍 속에 남겨 둔 메모 한쪽이 행복이야, 밤 해변의 부딪치는 파도가 행복이야…’ 일상 속 행복한 순간을 노래한 가사로 이뤄진 곡인데, 발포에 있으면 이 노래가 생각나 읊었다.
최고의 패밀리 해변.
함께여도 좋고, 혼자여도 물론 좋은 곳 — 발포해수욕장.
휴가지인 듯 절경을 품은 고흥에 살지만, 이곳은 나의 일터이기도 하고, 일은 일이다.
마을 일과 정책사업이 결합하면 신경 쓸 거리도 많고(나는 고흥의 취도,금사항(오취마을,사도마을) 생활권에서 진행 중인 지역재생 프로젝트인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앵커조직에서 일한다) 정신을 쏟다 보면 건조하게 눈앞의 정취를 흘려보내는 날이 맞다.
연휴는 그러한 부담에서 해방되는 날. 고흥과 주변을 다시 천천히 만끽한다.
포두면 남성리해수욕장, 왜 여길 그동안 안 와보고 스쳐 보냈을까.
안락한 만에 포근히 안긴 해변, 완만한 수심에 부드러운 모래사장, 눈앞 가까이에는 섬들(대룡도와 소룡도)이 귀엽게 솟아 있고(이런 게 바다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 '섬섬뷰' 포인트다), 저 멀리 우주로 가는 길, 나로도로 향하는 다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조개를 캐는 할머니들, 명절을 맞아 마을로 들어온 가족과 아이들도 호미 들고 합세하고, 느긋한 파도 소리와 더불어 이 아늑한 바다의 품에 한가로이 섞인다.
남해안은 어디든 살펴보면 다르고 다채로운 바닷가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이 지역이 간직한 커다란 매력이기도 하다. 지리교과서에서 배운, 해안선이 복잡하고 섬이 많은 리아스식 해안은 동해 같은 탁 트인 수평선 바다도 서해처럼 갯벌이 드러난 바다도, 그 중간에 어떤 형태든 놓인 스팟에 따라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어제는 발포에 갔고 오늘은 남성리이지만, 다른 바닷가다. 고흥 반도 서쪽과 동쪽에 위치한 바다는 또 다르지...
모래사장으로 그늘이 지고, 돗자리를 펴고 눕는다. 파도소리는 안단테 리듬처럼 잔잔히 이어지고, 저무는 해는 주황빛과 분홍빛으로 천천히 물든다. 사람들인 캐던 동죽조개는 물이 차오르면 깊이 숨고, 작은 게들은 바쁘게 움직인다. 이 자그마한 움직임이 눈에 들어오는 건, 나는 멈춰 있는 지금 이 순간...
차분하게 가라앉은 주변 공기 속에서 눈을 감는다. 더할 나위 없는 힐링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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