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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Jan 09. 2023

올해의 첫 번째 주말

1. 어제는 저녁을 먹고 누워있는데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러더니 폰을 쑥 내밀었다. “초등학교 때 a 기억나지? 걔 결혼하나 보다. 프로필이 웨딩 사진이네 이거 봐 ~“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거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지만, 웨딩사진 속 친구의 모습엔 어렴풋이 그때의 얼굴이 남아있었다. ”스물아홉이면 결혼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긴 한가 봐. “ 언제부터 나이를 신경 쓰고 살았느냐만은 가끔씩 들려오는 주변 친구들의 소식은 시간을 가늠하게 한다. 그러다 문득 언제쯤 결혼을 하고, 아기는 낳을 수 있을지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다가올 앞날에 대해 떠올려 봤다.


2. 조용히 연말이 끝나고, 조용히 새해가 시작됐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주변에서 나이에 대한 물음도 없다. 내가 몇 살이 되었든, 만 나이니 어쩌니 신경 쓰지 않지 않고 묵묵히 하루에 해야 할 일들을 해낸다. 조금은 무력한 마음으로, 어느 날엔 벅찬 마음으로.


3. 이상하게도 미운 마음이 들려고 할 땐 입 밖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 더 내뱉었고, 해야 할 일을 부정하고 싶을 땐 더 일찍 문밖을 나섰다.


4. 오랜만에 방 안 구조를 바꿨다. 열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는 좁은 방이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다. 매트리스 옆에는 책장을 두어 잠자리를 위한 공간을 구분 지었고, 책장 옆엔 책상을 두었다. 그리고 문 옆쪽 공간에는 화장대가 있다. 좁은 공간에도 이름과 역할을 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5. “요즘엔 행복해?”라는 친구의 물음에 “조금은 만족해”라고 답했다. 어쩌면 몇번의 이직과 그동안의 경험은 이 대답을 위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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