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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Jul 03. 2022

꿈의 숙취

우리는 종종 꿈에서 깨어난다

며칠 전, 친구와 새로 생긴 칵테일 바에 갔다. 네온사인이 강렬한 여느 술집들과는 다르게 조용히 존재를 밝히고 있는 곳이었다. 문 밖을 서성이던 우리가 그 공간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은, 두 개의 작은 창을 통해서 공간 내부를 지레짐작하는 일 밖에 없었다. 우리는 바(bar) 문을 열고 들어서기로 했고, 문턱에서 잠시 멈칫했다. 그 찰나에 눈이 마주친 종업원은 우리를 바 자리로 안내했고 메뉴판을 건넸다. 이름만 봐서는 전혀 맛을 알 수 없는 문자들을 해석하다가 결국 난, 바텐더에게 달달한 맛이 나는 도수가 있는 술을 마시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야생화’라는 칵테일을 조주해 주었다. 달콤한 첫 모금과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을 때 입 안에서 진한 술맛이 느껴지는 버번위스키가 베이스로 만들어진 음료였다. 때로 새로운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린 종종 여행지에 온 것 같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섬세한 생각들을 포장하곤 하는데 그날엔 유독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며 친구에게 말했다. 이내 친구는, 다 마시고 문 열고 나가면 다시 현실일 걸. 우리가 마주할 건 바닥에 질서 없이 붙어있는 전단지들일 거야 라며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받아쳤다. | 생각보다 우리는 종종 꿈에서 깨어나는 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펍에서 나와 익숙한 골목을 마주할 때, 소원했던 사이가 소원해질 때에도. 해지는 노을을 바라볼 때는 종종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을 경험하게된다. 어쩌면 자주 피곤하고 무기력해지는 건 꿈에서 깨어난 숙취가 버거워서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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