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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혜 Jul 24. 2022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이름에서 자음 ‘ㄴ’ 하나 빠진 ‘이해’라는 단어를 여름 내내 알아갔다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만에 친구a를 만났다.

친구는 내가 더이상 모임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처음 1년, 2년 때까지는 나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동안 a의 남자친구에게 내 욕을 했다고. 그럴 때마다 a의 남자친구는 “너 정말 인혜를 좋아했나 보구나” 라며 a에게 말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며 우린 마치 재회한 연인처럼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너를 정말 좋아했어”
“나도야”

그때 우리가 멀어졌던 건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였다. 여유가 없을 땐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그때 거리를 두는 일은 상대를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랬던 일이 이렇게 길어질지 몰랐고 그렇게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거다.

a는 한 동안 나를 욕하다가도 시간이 더 지나서는 이해가 갔다고 했다. 말 못 할 이유가 있었겠지 라며 미워하는 대신 이해를 하기로 했다는 거였다. 그래도 내가 밉지 않았냐는 말에 “같이 지냈던 동안에는 네가 잘해줬으니까. 너를 많이 좋아하기도 했었고.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너는 종종 모임에 빠지곤 했지만 목표가 있었던 모습이 보기 좋았어. 곁에 있으면 자극이 됐어. 오빠도 너 옆에는 꼭 있으라고 했거든.”

| 때론 이해하고, 이해받기 위해 했던 행동으로 상대와 멀어지기도 하고, 아무런 조치 없이 조용히 흘러가기만 해도 묵묵히 이해받고 풀리게  때가 있다. 아직도 어느 쪽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 어제는 엄마랑 얘기를 하는데, “넌 너무 모든 상황을 그럴 수 있지 라며 이해하려고 해. 근데 이해할  없는 일도 있는 거야. 이해할  없을 , 이해할  없다고 생각하고 넘어가. 굳이 이해하고 넘어가지 말고. 이해하지 못한 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거야” 라며 내게 말했다.

“어차피 넘어가야  일이라면 굳이 당장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이해하지 말고 넘어가 버려.”

| 손가락을 접어 꼽을 만큼의 몇 되지 않는 이해받고 싶었던 날들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 불길이 꺼지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누군가와 멀어지기도 했고, 사랑이 끝나기도 했다. 결국  끝은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없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는데, ‘서로의 처지를 헤아린다’는 뜻의 ‘이해하다’의 행위는 애초에 어쩌면 이해하고 이해받는 개체가 우리와 별개의 대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과 상대방의 처지가 나아지면 그때 서로가 진짜 이해라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우리가   있는 일은, 서로의 처지가 조금 나아지고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주는 노력일지도.

| 예전에 친구와 나누었던 얘기가 문득 생각난다. ‘이제는 관계를 유지하는  만으로도 대단한 거야. 개선하는  사치일지도 몰라. 유지하려고 노력하면 작은 부스럼들은 저절로 개선이 . 결국 이해하고 넘어가는 거야.’


이번 여름엔 이름에서 자음 ‘하나 빠진 이해라는 단어를 여름 내내 알아갈  같다. 이해, 이혜.


이해하고, 이해받는 일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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