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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섭 Dec 23. 2024

캐나다에서 지팡이든 산타를 만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산타는 존재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마음, 한 해의 끝자락, 연말연시, 12월에는 수많은 수식어가 자판대에 올라와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느낌이다. 12월 한 달은 이 모든 것을 섭렵하기 위해 남녀노소 구분 할 것 없이 바쁘기만 하다. 걷다 보면 어디든 장소 구분 없이 눈에 들어오는 크리스마스의 거리 풍경, 아쉬움도 많고, 덮어두고 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어떤 것은 자꾸 들추어내어도 분을 삼키지 못하는 분노도 있었다. 흠집이 되어 상처가 되어간 날, 설렘에 잠 못 든 기억,  많은 사연들이 또한 12월에 몰려 정체되어 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영원히 연말연시가 안 올 것처럼 부산하게 움직이다 보면 또다시 연말연시가 재자리에 온 것 같은 빠른 세월의 느낌을 받는다. 늘 반복된 12월을 횟수만큼 나이의 년수를 맞이하고 또다시 12월을 보내고 새로운 새해맞이하기를 반복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먼저 12월을 알려오면서  더욱더 분주한 12월 한 달의 시간을 보낸다.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일 또한 해마다 상징적으로 반복되어 가는 일이 되어갔다. 마치, 내 생애 처음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처럼 그리고 내 생애 마지막인 것처럼 올해도 예년과 같이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멈춰 섰다.


아내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다. 워낙 남편이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내가 남편 마음을 미리 읽고 행동과 마음의 보조를 맞춘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배경이 좋아 찍었지만 건질만한 사진이 없다. 젊은 날에는 배경에 상관없이 인물 사진이 배경을 압도했던 젊은 날이 있었다. 지금은 젊은 날 모습처럼 이라는 희망도 언제부턴가 포기한 상태이다. 이런 포기 상태를 알면서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내 모습이 이젠 어색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취하는 순간, 생면목인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옆에 다가섰다. 무방비 상태에서 일명 푹하고  들어온 그런 느낌이다. 할아버지는 다짜고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혹시 할아버지가 노망이라도 나신 것은 아닐까, 생각도 잠시 아내는 이미 사진을 찍어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의 행동은 단지 순수한 동기로 다가와 사진을 찍길 원하셨던  같다. 어쩌면 혼자 찍는 모습을 보면서 동정심이었을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행동이라면 우리 부부에게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의를 했을 텐데 일반인과 할아버지라는 또 다른 생각의 차이일수도 다. 할아버지는 사진을 곧바로 찍으시고 환한 웃음과 함께 메리크리스마스라라는 말만 남겨 놓으시고 자리를 떠나셨다.


아마도, 할아버지가 그날에 산타는 아니었을까, 혹시 산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생각 속에 산타라면 산타가 아닐까, 산타는 어린이들에게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상징적인 인물이기는 하지만, 그날은 비단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도 산타는 존재할 수 있었던 시간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을 정리하다가 몇 년 전 낯선 할아버지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발견했다. 올해도 할아버지와 같은 산타를 만날 수 있는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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