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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Sep 21. 2021

영화 "더 포스트" 감상문


2018년에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언론을 탄압하는 국가 권력과의 싸움에 초점을 맞춰서 봤었는데,

오늘 다시 보니까,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 분)이라는 한 여인에게 고스란히 관심이 가더라. 


신문사 사장이었던 아버지와 남편의 든든한 그늘 아래에서,

45살이 될 때까지 직업이라는 건 가질 필요도 없이, 

그저 아이를 기르고, 파티를 열고, 그렇게 내조만 하면 되었던 한 여자가, 

남편의 갑작스런 자살로 인해 원치 않게 '워싱턴 포스트'의 사주가 된 상황. 


권력을 가진 남편의 지인들로 구성된 이사회에 둘러싸여, 

발언권은 있으나 굳이 발언할 필요도 없이 그저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이사회의 의견에 따라 외워서 발표만 하면 되는 그런 위치를 견디는,

실상은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생각해보면 본인이 의지가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로 내몰렸으니, 

얼마나 불안하고 무서웠을까 싶기도 하고, 당연히 누군가 대신 결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왜 없었을까 싶다. 


하지만 아버지와 남편을 진심으로 존경하는 딸, 그리고 아내로서,

가족과 신문사 직원들을 지켜내야 하는 가장과 사장으로서, 

무엇보다 신문을 너무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녀는 자신의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결국 가장 어려운 선택을 해낸다. 


펜타곤 페이퍼 기사를 신문에 실을지, 말지를 최종 선택하는 자리에서,

식탁에 앉은 캐서린이 이사회 멤버들(남자들)에 둘러싸여 결정을 종용당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고통스러워 보인다. 

힘으로, 전문 지식으로, 경험으로, 인맥으로, 모든 면에서 그녀를 압도하는 남자들의 압박 속에서, 

그녀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 이렇게 말한다. 


"여긴 더는 내 아버지의 회사도, 내 남편의 회사도 아니예요. 내 회사죠. 

  거기에 이견 있는 사람은 내 이사진에 있을 필요 없어요."


자신이 그들보다 더 높고 세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악물고 눈 부릅뜨고 말하는 게 아니라, 

나지막히,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짧지만 분명한 팩트 체크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 짧은 순간에 전율이 좌르르르~~~~!

그래, 이거지!

굳이 그들과 똑같이 굴 필요도 없는 거지! 

그냥 자신답게 하면 되는 거지!!!


그리고 편집장 벤이 스스로의 성취를 대단하게 여기며 아내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강요할 때,

벤의 아내가 왜 캐서린이 더 대단하지를 설명하는 장면도 감동이었다. 


"캐서린은 평생 생각지도 않았던 자리에 있어. 그녀가 자격이 안 된다고 많은 사람이 말하는 자리지.

넌 제대로 못한다. 네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계속 들으면서, 무시당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지. 그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스스로도 그렇게 믿게 되어버리지. 그런데도 전 재산과 인생과 다름없는 회사를 걸고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해."


만약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신문사가 폐업을 당하고, 전 재산을 잃게 되었다면, 

아마 여자가 일을 제대로 못 해서 그런 거라고, 모든 책임과 비난을 떠안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모든 위험성을 알고도, 그걸 감당할 각오를 하고 선택을 한 용기에 정말 박수를 보낸다. 


베트남 전쟁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그 수치를 감당하는 게 싫어서, 

차라리 미국의 아들들을 계속해서 사지로 모는 게 낫다고 판단한 정치인들과 비교했을 때,

이 얼마나 위대하고 고귀한 선택인지!


어쩌면 책임지겠다는 각오, 

그 자체가 모든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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