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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Sep 26. 2021

영화 "코치 카터" 감상문


2005년에 나온 영화인 '코치 카터'

지금은 한 쪽 눈을 가린 게 훨씬 더 익숙한 사무엘 잭슨 주연에,

무려 채닝 테이텀과 옥타비아 스펜서가 조연으로 나오는 영화다.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연승 행진을 계속하던 리치몬드 고교팀의 농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역시나 첫 번째 패배를 겪게 된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을 이끌어온 동력은 승리에 대한 갈망이었고,

승리를 만끽할 때의 우월감, 짜릿함, 존재감, 자부심 등이었다. 



하지만 첫 실패를 겪고난 그들의 얼굴에선 아이러니하게도 '성숙'이 읽힌다. 

실패는 그들에게 낯선 감정을 가르쳐주고,

그것을 감당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더 나아가 그것을 딛고 일어서는 것을 깨우쳐준다.

이러니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는 말이 사실인 셈이다. 



성공한 후에 그들이 배운 것은,

득점할 때마다 상대편 선수 조롱하고, 무시하기,

학교에서 사람들에 둘러싸여 우쭐하기,

파티에 초대되어 가서 망나니처럼 놀기,

연승하는 한 모든 룰 따위는 깨도 좋다는 자만심 느끼기 같은 것 뿐이었다.

참 이상하게도 하등 도움이 될 것이 없다. 



포스터에 써있는 문구가 가슴을 친다. 

"가장 힘든 승부는 자신을 이기는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아무도 나에 대해 아무 얘기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혼자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이것이 나와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내 내면에 존재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나의 모습들과의 싸움이다. 

나는 내가 게으른 것도 싫어하고,

나는 내가 목표 의식이 흐려지는 것도 싫어하며,

나는 내가 할 일이 없는 것도 너무너무너무 싫어한다.

동시에 나는 내가 무기력해지는 것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싫은데,

지금 그걸 한꺼번에 다 하고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나는 지금 내가 싫어하는 나 자신과 싸우고 있다. 

때로는 그런 나도 보듬으면서, 때로는 그런 나에게 꿀밤을 먹이면서,

또 다른 내가 궁뎅이를 땅에 붙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징징거리는 것을 지켜보며 기다려야 한다. 

갑자기 세상 모든 두려움을 다 가져온 듯, 아무런 자신감도 없는 나 자신을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거다.

리치몬드 농구부가 코치 카터를 처음 만났을 때 썼던 계약서와 같은 그 약속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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