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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하쌤 Sep 27. 2021

영화 "카모메 식당" 감상문

아니, 이 좋은 영화를 보고 나서,

왜 나는 고작 '토미 힐트넨'에 꽂혀버린 것일까!!!!!!!!!!!!!!!!! ㅠ.ㅠ

토미는 카모메 식당에 최초로 들어온 기념비적인 핀란드 현지 손님이었다.

그래서 카모메 식당의 주인, 사치에씨는 토미에게 평생 커피를 무료로 주기로 한다.

하지만 만약 내가 토미였다면,

처음은 기분 좋게 공짜로 커피를 마셨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당연히 돈을 냈을 것이다.

만약 사치에씨가 아니라고, 계속 돈을 안 받겠다고 한다면,

나는 부담스러워서 더이상 카모메 식당에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선한 의도, 좋은 마음은 감사히 받더라도,

내가 무언가를 먹을 땐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먹는 게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공짜로 먹은 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라는 내 강한 신념이 느껴진다)

하지만 토미는 내가 아니어서 그런지...

계속 와서, 계속 공짜로 먹는다.

나는 도대체 얘가 언제까지 이런 행동을 계속 할 건지 지켜봤는데,

진짜 영화 끝날 때까지 계속 와서 계속 공짜로 먹는다.

심지어 커피만 공짜라고 한 걸지도 모르는데, 시나몬롤까지 공짜로 얻어먹는다.

아무리 이게 사치에씨가 자의로 토미에게 준 특혜라 해도,

나는 토미가 계속 이 특혜를 누려선 안 된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오죽하면 화면을 보면서 "그만 좀 와, 이 자식아! 넌 염치도 없냐!" 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커피는 무료로 먹더라도,

그럼 마땅히 다른 음식이라도 돈을 내고 시켜 먹었어야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당연한 듯이 자기 공짜 커피를 찾아먹고 있는 토미 녀석이 어찌나 밉살맞게 보이는지!

이건 정말 예의가 아니지 않나?

솔직히 내가 사치에씨였으면, 애초에 이런 무모한 제안을 하지도 않았겠지만,

만약에 기분 좋아서 순간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토미가 뻔뻔하게 계속 오면 분명히 짜증나고, 내가 했던 말을 엄청 후회했을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식당이 바빠지는데, 돈도 안 내는 주제에 늘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니, 오 마이 갓!

토미가 제일 거슬렸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시나몬롤을 누구는 정식으로 주문해서 먹고,

누구는 그냥 얻어먹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다 나눠주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난 원칙 없이 그때그때 '좋은 마음'으로 행해지는 그런 것들이 너무 불편했다.

도대체 시나몬롤은 돈 주고 파는 정식 메뉴가 맞는 건지,

아니면 커피 마시면 시나몬롤은 안 시켜도 그냥 서비스로 주는 건지,

언제는 주고, 언제는 안 주는 건지,

왜 누구는 말 안 해도 주고, 누구는 말 안 하면 커피만 주는 건지,

그 기준이 뭔지!

와~! 영화 보는 내내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OTL

도대체 나는 왜 이런 게 이렇게 중요한 걸까?

왜 그냥 그러려니 넘길 수가 없는 걸까?

사치에씨가 괜찮다는데, 왜 내가 안 괜찮은 걸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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