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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산 Feb 22. 2019

하루 한 글 : 복숭아 통조림

---  아픔을 견디는 방법

                                                                                                                                          



  나는 몸이 아픈 날마다 복숭아 통조림을 떠올린다. 어릴 적 몸이 약해 자주 아팠고 특히 잘 체해 내 손가락은 피 마를 날이 없었다. 내가 체한 날이면 진이 빠져있는 딸을 앉혀놓고 아버지는 등을 두드리고 어머니는 독하게 다섯 손가락의 끝마디를 바늘로 찌르셨다. 죽 한술도 못 뜬 채 시름시름 앓고 있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아버지는 복숭아 통조림을 사 오셨다. 아버지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캔 뚜껑을 착 열고 흰 도자기 그릇에 연분홍의 발그레한 복숭아 한 덩이와 국물을 따라 담으셨다. 




-아름아 이거 어여 한 입 먹어라. 그래야 낫는다. 어여 일어나 먹어라.




 아버지의 부름에 나는 끙끙 시름하며 몸을 겨우 일으켜 아버지가 내민 국물 한수저를 받아먹었다. 달큼한 국물 한 모금은 금방 입맛을 돋게 해, 윤기도는 복숭아 한입 먹지 않고서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  아버지의 복숭아 통조림을 먹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음날 병이 말끔히 나았다.  성인이 되고 심하게 몸이 아픈 날 복숭아 통조림을 사 먹었다. 하지만 괜한 걸 먹어 병을 더 얻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버지의 복숭아 통조림은 그냥 통조림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떠먹여 주시던 달큼했던 국물 한술에는 딸을 향한 아버지의 간절함과 사랑이라는 비법이 녹아 있었다. 이제는 아픈 날 굳이 복숭아 통조림을 사 먹지 않는다. 대신 마음으로 달달한 추억 한술 뜨며 아픔을 견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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