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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Jul 14. 2019

주식투자로 나를 들여다 보기

참을성이 필요해.

주식투자로 나를 들여다 보기  (2019. 07.14.)    


퇴직 후 4개월이 지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 대학 운동장을 맨발로 걷는다. 10바퀴 돌면 45분 걸린다. 돌아와서 밥 먹고, 남편과 딸을 일터로 보낸다. 모처럼 받은 풍족한 시간에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뒹굴거리기도 하고 운동도 하고 책도 찔끔 읽고 스마트 폰에 빠져서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갔다. 저녁때가 되면 눈이 아릿아릿하다.   

  

십이 년 전에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로 어떤 이가 와서 펀드를 소개한 적이 있다. 펀드가 뭔지는 몰랐지만 그 당시 너도나도 ‘펀드, 펀드’하며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그 판매원은 나를 공략하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매달렸다. 너무 피곤해져서 그냥 ‘예스’를 했다. 10년의 장기 투자라서 자동이체를 걸어놓았다. 가끔, 그 판매원이 전화를 해서 ‘잘 지내시는지, 감기는 안 걸리셨는지 안부를 물었다.     

 

언젠가 그녀가 전화를 걸어와, “지금 수익이 났으니 팔고 업종 교체를 하는 게 어떠냐?”라고 물어 오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통 못 알아듣고(사실, 알아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냥 오래 두면 은행 이자 붙듯이 붙는 줄 알고 그냥 두시라고 했다.    


불입한 지 10년이 지났다. 이제 그 결과물을 수확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워낙 게으름이 뼈에 사무쳐 있는 나는 증권회사에 가는 것이 귀찮았다. 그 뒤 2년이 지났고 올해 명퇴도 했다.     

이제 그동안 씨를 뿌려 놓고, 가꾸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쌓아 놓은 재산을 찾을 생각을 하니 나비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 예? 이천만 원 밖에 안된다고요?”

“ 34만 원씩 10년을 넣었는데 어떻게 2천 밖에 안 돼요?”

증권회사 팀장의 말에 의하면 업종을 바꿔가며 운용을 해야 하는데 실적이 안 좋은 종목에 너무 오랫동안 묶어 두었고 내 계좌에 잔고가 부족해서 입금 되지 않은 달도 많았다고 한다.  

   

10년씩이나 넣고 이자는커녕 본전도 못 건진 결과에 기분이 상했다.

‘주식이고 펀드고 다신 안 한다.’

그러나 조곤조곤 희망을 말하는 증권회사 팀장의 말에 ‘이 분이 도와주겠다는데 좀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줏대가 마구 흔들리는 갈대처럼.    


요즘 나는 리모컨을 들고 ‘한국경제 TV’, ‘토마토 TV’, ‘매일 경제 티브이’, ‘팍스 경제 티브이’를 마구 넘나 든다. 그리고 증권 스타 전문가가 조언해주는 급등주, 실적주, 추천주를 눈여겨본다. 주식을 조금 하다 보니 뭐 이런 잔인한 세계가 있는지 영혼이 피곤해진다.    


 오전 9시가 가까워지면 티브이 화면에 초시계가 뜨고 증권시장 개장의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 5, 4, 3, 2, 1.”

“예. 오늘의 주식시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나운서의 표정에 결전의 비장함이 서린다.


주식의 고수, 돌아온 야인, 대박 식구, 주식 명인, 대마왕이라는 각자의 캐릭터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은 정치와 경제를 진단하여 오늘의 시장 흐름을 예측한다. 기업 차트와 업종을 분석하고 한국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아베가 정말로 보복을 가할 것이지를 토론한다. 또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유망주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오전의 진단과 오후의 진단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강력한 돈의 흐름이 어디를 뚫고 지나갈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주식 명인들은 방송을 진행하며 실시간으로 개별 투자 상담을 하며 투자자를 칭찬, 축하, 또는 자신들의 조언대로 하지 않아 손실을 본 경우는 따끔하게 질타도 하고 손실을 많이 입은 투자자는 위로를 해 주기도 한다.    


한 증권 전문가는 ‘한국인이 주식하기에 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냄비 근성,’ 어떤 호재나 악재가 발생하면, 즉각 매수나 매도에 들어간다고 한다. 어떤 세력의 장난에 기다릴 줄 모르고 참을성 없이 쉽게 휘둘린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 한국인의 ‘빨리빨리’ 습성을 잘 알고 있어서 한국 주식 시장에서 돈 벌기가 쉽다고 좋아한단다.   

  

그 말에 적극 공감한다. 주가가 올라가던지 내려가던지 해야지 움직임 없이 오랫동안 제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정말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그의 경험을 통해 ‘주식을 하려면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난 주식투자를 오래는 하지 못할것이다. 태생이 뭘 오랫동안 몰두하지 못하고, 인내심도 없기 때문이다.    


철학은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데 필요한 열쇠를 준다고 한다.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청개구리 같은 주식투자를 철학적 눈으로 보려고 한다. 나와 너의 세계를 좀 더 깊고 넓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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