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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Sep 07. 2019

몽골 소매치기와 운전기사

몽골 여행기 2탄 (2019. 08.09~08.14)


 카메라를 들고 호텔을 나섰다. 호텔 뒷골목에는 너무 낡은 것이 아닌가 싶은 아파트들이 자리하고 있다.    

몽골의 날씨는 보통 건조하다는데 모처럼 비가 내렸다. 빗물이 차도와 인도를 가리지 않고 범람하여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생겼다. 비 그친 후 물웅덩이는 몽골의 파아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투명하고 아름답게 비춰준다. 달리는 차들은  속도를 낮추며 길게 물 회오리를 남긴다.    


몽골을 올 때는 푸른 초원과 상쾌하고 깨끗한 날씨를 기대하고 왔건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햇살에 볼이 빨갛게 그을려 있는 이들의 누추한 삶의 모습이다.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었다. 해외여행 중 가장 소박한 음식이다. 몽골은 고기 요리가 주를 이루는데 음식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니다. 다이어트를 결심한 나에게는 고마운 일이다.  

      

 자이승 승전탑에서의 일이다.       

      


자이승 승전탑

○ 1939년 몽 · 소 연합군과 일본군 간의 할흐강 전투에서의 승리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구소련군을 기념하기 위해 1945년 조성된 기념탑으로 울란바타르 시내 전경과 '톨'강 주변 자연경관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울란바타르시 야경 관망 최적 장소

○ 자이승 승전탑에 할흐강 전투 시 일본군을 격퇴한 내용의 조형물 존재

○ 시내 남쪽에 위치, 정부청사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

[네이버 지식백과] 몽골의 자이승 승전탑 [Zaisan Memorial] (몽골 개황, 2016. 7.)


가이드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가방을 앞으로 매야한다. 가방을 어깨너머로 둘러매면 내 물건 가져가라는 뜻이다’라고 했다. 승전탑 까지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이 놈의 계단. 숨이 찬다. 그늘을 찾아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몽골 시내를 내려 보았다. 군데군데 게르도 보인다. 산도 보이고 막 지어지고 있는 여러 덩어리들의 호텔들도 보인다.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내려가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내 지갑이 없어졌어.”

“돈도 하나도 없어, 여보.”

“저기 저 사람, 핸드폰 들고 있는 저 사람이야!”    

소매치기가 많다고 하여 가방을 앞으로 메고 있다가 사진 찍느라고 잠시 뒤로 맸는데 그 사이에 없어졌다고 한다. 대부분이 한국인 관광객이고 우리랑 외모가 같은 몽골사람들로 그곳은 번잡했다. 그녀의 남편이 계단을 따라 뛰어 내려갔다. 관광객들이 섞여 있어 그는 그놈을 잡지 못했다.    


잠시 후에 웅성거리며 지갑을 찾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지갑을 열어보았다. 지갑에 지폐가 두둑하다.     

“어떻게 소매치기를 잡았어요?” 모두가 그 과정을 궁금해했다. 

“일단 차에 타세요. 운전기사님이 잡았어요” 가이드가 말했다. 

“운전기사님이 누구예요?”

“여기 이분.”    

 

그러고 보니 난 그 사람을 승전탑에서 내려오면서 봤다. 

딱 어깨 출신처럼 생겼다.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 딱딱한 인상에 귀고리를 했고 문신도 있다. 그는 담배를 피우며 우리 아리땁고 순박한 몽골 아가씨 가이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모두 그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는 겸연쩍게 웃었다.   

 

소매치기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 우리 가이드 ‘지향’이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했고, 그 운전기사는 소매치기 전적이 있는 한 여자가 급하게 내려오는 것을 보고 직감으로 잡아서 족쳤다는 것이다. 

'네가 훔친 거 안다. 내놔라. 안 내놓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다.' 그렇게 하여 지갑을 찾았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참 허술하기 그지 없다. 지갑을 잃은 그 부인은 검은 옷 입은 남자가 범인이라 생각했지만 실제 소매치기는 여자였다. 그 운전기사는 지갑 잃어버렸다는 소리만 들었는지 남자가 아닌 여자를 잡았다. 그리고 아무 증거 없이 막무가내로 몰아붙여 자백을 얻어내다니, 우리 한국에서는 어림없는 일일 텐데 참 어이도 없고 우습기도 하고 아직까지 이곳 소매치기는 그리 뻔뻔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 어깨가 우리 차 기사인 줄은 몰랐다. 난 차량번호를 보고 관광버스를 찾았을 뿐 차를 타고 내리면서 기사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난 단지 기사와 가이드를 내 여행을 위해 소비만 했을 뿐 인간적인 관심은 없었던 듯하다. 평소 타인에 무심한 나에게 내 안에서는 사람에 대한 관심을 좀 갖으라고 하지만 그게 또 어떤 상황이 되면 또 그렇게 되고 만다.    

 

일단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므로 틈틈이 관찰해 볼 것 같으면, 그는 꽤 영리하고 괄괄하고 동작이 빠르다. 관광객의 여행가방을 재빠르게 내려 호텔까지 옮겨주기도 있고 차에서 손님들이 내려 관광하는 동안 생수를 사서 차에 실어 놓기도 하고, 손님 중 누가 다시 차에 오면 재빨리 문을 열어 준다. 즉, 그는 그 차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을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큰 관광버스를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잘 돌려 나온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사람들은 자신을 위협하거나 보상을 줄 수 있는 대상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고, 타인의 도움에 의지할 필요가 없는 사람은 타인이 가져다줄 보상이 미미하므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한 과학잡지에서는 말한다.    


살을 뺄 목적으로 요가를 시작한 지 6개월이 되어간다.  처음엔 힘들어도 참고했는데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 한 번 두 번 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나 함께 요가하는 사람인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그분은 요가반의 대장 역할을 하고 계시는 유쾌한 성격의 나이 지긋한 분이셨다.

자꾸 빠지면 안 되는데 걱정이 되어서 사무실에 가서 내 전화번호를 물어 전화를 걸었다고 하신다. 그분은 내 이름을 알고 계셨다. 난 아직 그분의 이름을 모른다. 매번 출석을 부르기 때문에 좀 신경을 쓰면 알게 되는데 아직도 모르고 있다.


난  그분의 타인에 대한 관심에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힘들지만 계속 요가를 하러 갔고 이제는 그 고비를 잘 넘겨 즐겁게 참여한다. 그분이 없었다면 난 더 이상 요가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타인의 대한 관심, 내게 이것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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