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 국립공원에서 여유롭게 풀 뜯는 소떼를 보며
몽골 여행기 3탄 (2019. 08.09~08.14)
테를지 국립공원은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과 기암괴석, 숲, 초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몽골 최고의 휴양지이다. 울란바토르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 세계 3대 별 관측지 몽골 초원에 있는 테를지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몽골에서 별 볼 생각에 설레었는데 날이 어둑해지자 80프로는 채워진 달이 하늘에 두둥 떠올랐다. ‘몽골 초원에서의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에 대한 의문이 시작했다. 정말 별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가이드가 몽골 전통 이동 주택인 게르를 배정했다. 나 포함 여자 셋이다. 우리 방 부인들의 남편들은 우리 방 바로 옆으로 배정되었다. 우리 방의 한 쌍이 유난히 다정하다. 애교 넘치는 부인과 나이차가 좀 있어 보이는 남편이다. 조용한 목소리로 아무개야 라고 부르는 그녀 남편의 목소리에 꿀이 떨어진다. 잠시 내 남편과 그녀의 남편을 비교하다 말았다. 그녀는 젊고 애교 많고 말도 잘하고 늘씬한데, 내가 뭐 그리 애교가 있다고 그런 대접을 바라겠나.
저녁을 먹고 가이드를 따라 산책길에 나섰다. 녹색 초원에 하얀색의 게르가 평화롭게 앉혀져 있고 야영장 근처에 몽골 유목민이 소를 치고 있다. 저녁이 되자 소떼들이 느릿느릿 풀을 뜯으며 또는 목초지 중간중간을 흐르는 개울가에서 물을 마시며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몽골의 소들은 행복하다. 갑자기 우리나라 소가 가여워졌다. 축사에서 태어나 평생을 축사에서 살아야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들이 어디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삶의 출발점과 끝점이 달라진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어느 정도 자기의 생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폭탄이 난무하는 전쟁터의 나라라던지 비가 오지 않아 땅은 메마르고 물과 식량이 부족하고 질병이 만연해 사람이 이렇게도 살 수 있나 싶을 정도의 무기력하고 피폐한 나라에 태어났다면 그 절대 빈곤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여행은 나와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 지나치게 경쟁적인 사회에서 사는 피로감에 ‘어디 좋은 나라 없나,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살기 힘들어.’하며 때로 불평도 하지만, 지구라는 같은 공간에 태어났음에도 여러 이유로 지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인간과 생명체에 연민의 정을 느낀다.
요즘 주식에 관심을 갖고 있기에 보고 있자면 하루의 어느 시점에 갑자기 어떤 종목의 주가가 요동치며 올라가던지, 곤두박질친다. 내 주식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한 땀 한 땀 주워 모아 키워온 주식이 어떤 이슈 하나로 몇 달 전의 시세로 떨어진다면 아니, 조금 전에 시세가 좋기에 비싼 가격으로 수익을 기대하고 샀던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 주가의 급락에 정신이 아득해질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폭락의 이유를 당시에는 모른다는 것이다.
삶의 속도가 느린 몽골과 달리 우리 사는 세상은 급속히 변하고 주식 시장을 통해 보자면, 미래의 먹거리는 VR/AR증강 현실, AI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스마트카, 인공지능형 바이오 섹터다. 이 모든 것이 정보력과 미디어를 장악하는 일부가 독식하는 미래가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우리 가이드 ‘지향’이 유목민과 몇 마디 하더니, 우리를 초대한다 하였다. 우리 일행 17명이 유목민의 게르로 몰려 들어갔다. 유목민은 손님들을 귀하게 생각하여 가운데 자리에 손님을 앉히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내어 왔다. 고체 요구르트, 치즈, 그리고 전통술이다. 열린 문 밖으로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이들 유목민 하루의 수고로움을 위로하듯 살살 내려 앉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