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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이야 Jul 06. 2024

2024. 02. 06 붉은 역사 도시, 아유타야

2024. 02. 06 붉은 역사 도시, 아유타야

아유타야는 방콕에서 북쪽으로 76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아유타야를 가기 위해서는 방수 역에서 기차를 타야 한다. 방수 역에 갈 때

택시를 탔어야 한다고 지금은 생각하지만(그렇다고 후회는 안 한다), 그때 남편과 나는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마치 젊은이라도 된 듯이 버스를 타기 위해 걷고 또 기다렸다.


 카오산의 민주 기념탑 앞에서 1인당 17바트(680원)를 내고 70번 버스를 탔다.

약 20분 후에 방수 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버스 정류장 앞에 태국의 노란 택시들이 빽빽이 세워져 있다.


‘방수 그랜드 스테이션’은 우리가 버스에서 내린 반대편에 있었고 그쪽으로 가려면 몇 개의 기차 레일을 건너야 한다. ‘저기를 어떻게 가야 하지?’ 기웃기웃하며 건널목을 찾았다.


그런데 둘러봐도 건널목이 없는 것 같다. 좀 건널만해 보이는 곳에서 철길을 건넜다. 가면서도 우리가 불법으로 길을 건너는 것은 아닌지 자꾸 의심이 들었다.


 작렬하는 태양을 등으로 받아 내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얼굴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드디어 기차역이 가까워지며 발걸음이 빨라진다. 에어컨이 있는 천국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Bang Sue Grand Station’은 태국의 새로운 중앙 철도역으로, 2021년 11월에 개장한 최신 철도 교통 허브이며 태국 철도 기관인 State Railway of Thailand(SRT)의 중심 철도역으로, 방콕의 주요 철도 노선들이 이곳을 중심으로 교차하고 있다.




내가 3등 열차표를 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타고 보니 3등 칸이었다. 기차를 타기까지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열차의 천장에는 선풍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실내는 동남아 답게 습도가 높다.


기차가 출발하면서 꽉꽉 눌러 담은 방콕의 높다란 건물들이 멀리서 스쳐 지나가고, 가까이에는 게의 등딱지 같은 서민 주택의 지붕들이 오밀조밀 뭉쳐있다. 얼마나 갔을까. 점점 건물들이 하나둘 사라지더니 시간과 공간을 넘어 아주 한적한 시골로 기차가 들어선다.


익스프레스, 3등 칸을 타고 1시간 10분 만에 도착한 아유타야 역.


아유타야 역은 그 자체로도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역은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방콕으로 가는 막차가 10시 넘어 까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역사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받침을 들고, 툭툭이 기사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가격을 흥정한다. 우리는 4시간 동안 여섯 군데를 보는 것에 동의했다.


아유타야는 태국의 고대 수도로서‘아유타야 역사 공원’, ‘왓 마하탓’, ‘왓 프라 씨산펫’을 비롯한 여러 유적지에서 태국의 과거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건축물은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특히, 아유타야에서 가장 유명한 불상 중 하나인 ' 싸여 올라온 불상'이 있다. 이 불상은 수천 년 전에 지진으로 피해를 보고, 땅속에 묻혀 있다가 싸여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 모습이 워낙 신비로워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또한 붉은 벽돌로 층층이 아름답게 쌓아 놓은 탑과, 유적들은 저마다의 아름다움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내가 막대기 같은 것에 핸드폰을 껴서 동영상을 찍으며 돌아다니니, 두 일본 청년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 보고 유튜버냐고 물어본다. 난 아직 유튜버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너무 느닷없이 인터뷰를 당했던 터라 정신이 없었지만, 젊은이가 말을 걸어 준 것이 정말 고맙고 행복했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하더니, 내가 유튜버라고 대답하는 순간, 내가 마치 전문 유튜버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지런히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아유타야 역으로 발길을 돌린다. 방콕으로 돌아오는 일몰의 시각에 느낀 역 주변의 멜랑콜리한 느낌은 낡은 영화의 필름처럼 내 가슴에 스민다.


기차를 타고 방수 역으로, 그리고 방수 역에서 내려 카오산행 버스를 탔다. 방콕의 교통은 악명 높다더니, 길이 꽉 막혔다. 지금 여기가 어디쯤일까? 조금 더 가면 되겠지 라며 마음을 다스리는데, 승객으로 가득 찬 버스와 닦지 않은 뿌연 유리창으로 어두운 밤 풍경은 창밖의 사방을 구별하기 어렵다.


 어둠 때문에 밖이 보이지 않으니, 잘 내릴 수 있을지가 문제다. 차장이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우리는 카오산에서 내리니, 꼭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오늘 안으로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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