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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reell Aug 13. 2023

싹 갈아엎자, 집 그리고 마음의 청소

완벽주의를 버리고 싶다.


보통 주 1회 침구류는 세탁을 하려고 한다.

세탁기와 냉장고는 월 1회 꼼꼼하게 닦아주는 편이다.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닳아 가고 있다.




팀 동료가 두 명이 퇴사를 해서 업무를 과중되게 떠안은 남편은

부쩍 많이 지쳐하고 있고,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집에서나마 편히 쉴 수 있게

"가급적 터치하지 않고 남편의 스트레스해소를 최대한 존중해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연애 때부터 그 방법을 행하고 있다.




어제는 혼자 버스를 타고 홍대에 가고싶던 곳을 오전에 다녀왔고,

오후에는 집에 소품 배치와 청소를 위해 집앞을 잠시 다녀왔다.


남편은 최근 웹소설에 푹 빠져 있었는데

그 표정이 마치 맑은 사해에 편히 떠가듯 누워있는 것 같이 편안해보였고,

구름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것처럼 참 행복해 보였다.


그래서 말 한 마디 건네기가 어려운 하루였는데,

행복하고 즐거워보이는 그 틈을 비집기가 어려웠다.

이상하게 눈치가 보였다.


나는 나대로의 시간을 보내고 대화는 

남은 치킨을 에어프라이어에 돌려먹었던 점심과

냉장고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라볶이와 유부초밥을 해먹은 저녁시간

잠시 외에는 이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핸드폰을, 나는 티비를 봤다.


혹시라도 불만과 불평을 토로하는 것처럼 이어질까봐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정리를 해서 오늘 하루는 이런 생각을 했다라고 

말을 이어나갔는데 남편은 내가 우려했던 대로의 이야기를 건넸다.


"나도 쭉 이러겠다는 것은 아니야. 가고 싶은 곳과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를 해줘"


나는 다시 이야기 했다.


"너무 좋고 편해보여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가급적 혼자 할 수 있는 것들을 알아서 하고 있고, 

사실 뭘 함께 하자고 말해야할지 모르겠어."




생각해보니 우리는 함께 사는 부부인데, 

각자의 시간과 함께의 시간에 대해 그 경계와 선이 어딘지 모르겠다 라고

푸념을 하듯 툭 말해버렸다. 결국 엉켜버리고 말았다. 

더 정리하고 말을 했어야 하나하고 후회가 몰려왔다. 

생각치 못한 오차라도 생긴것처럼.......


맥주를 한 잔 하던 남편은 생각이 많아보였고

나도 나대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딱히 죄 지은것도 아닌데 남편의 쓸쓸하고 쳐진 어깨, 뒷통수를 보고 있자니 

뭔가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꼈다.




그러려고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닌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말, 생각, 대화에 대해 심도 있게 생각을 해봤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완벽하려고 애썼던 것 같았다.

남편을 존중해주고 싶은데, 힘들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서운함이나 답답함은 더더욱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을 향유하는 것 말고도 좀 더 우리가 편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는 것을 직면하는 순간이었다.




순간 책과 영상 여기저기에서 본 구절들이 뇌리를 스쳤다.

"너무 사랑하면 아프다. 나의 삶이 있어야 한다."



꽤 공감하는 말이었기에 마음에 지니는 수준은 아니어도

새겨두고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도 하루를 마치면서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에 그 말을 보태보고 있었다.


대화는 한 시간 남짓 이어졌던 것 같다. 



계속 잠을 잘 못자고 있던 나는 모처럼 

청소기의 먼지통을 비워준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결과적으로는 숙면을 못 취한 지 꽤 오래된 시점에서 

8시간을 넘게 잠을 푹 자고 일어났다.


글을 마무리하던 중 남편이 도어락을 삐삐삐삐 누르고

헬스장에 갔다가 돌아왔다.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가 현관문까지 들렸나보다.

"글쓰고 있었어?"

곧바로 맞으니 그렇다고 했다. 




오늘 아침은 간단하게 식빵과 귤주스, 골드키위 한 개씩을 먹었었다.

슬슬 배에도 투덜투덜 소리가 들린다. 뭐먹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보고

내가 정말 안내키는 메뉴가 아니면 같이 차려서 먹어야겠다.


집에서 한 발 자국도 나가지 않는다고 해서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와닿는 하루, 그런 주말이다.




좀 더 배려하고 양보하고, 생각을 정제해서 잘 전달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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