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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또시 Jul 16. 2020

임보.. 할 수 있을까?

후지 마비 고양이 임보 도전기, 그 시작 


달콤이의 임보처를 구하는 홍보글


 이 글을 발견한 뒤 임보를 결심하고 담당자분께 연락을 취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위에서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단락만을 읽고 기간이 짧으니 받을 수 있겠다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지 마비', '압박 배뇨', '범백'


 서두른 탓일까, 글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했을 이 세 단어를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세 단어 중 '범백'은 '옮을 수 있는 위험한 질병'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외 두 단어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생경한 단어였기에 추후 그 단어들이 초래할 수 있는 갖가지 상황들을 간과했다. 이를테면 '후지 마비 고양이는 압박 배뇨/배변이 필요한데, 병원에서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으니 괜찮겠지.'라는 아주 안일한 태도였달까. 


 그렇게 집 근처 동물병원에 입원해있던 달콤이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집에 데려왔다. 



달콤이가 지낼 곳 (추후 숨숨집과 방석은 모두 패드로 감쌌다)

 

 준비해 둔 울타리 안쪽 공간을 대형 배변패드로 빈 곳 없이 메우고 우리 집 고양이들이 사용하던 스크래처와 방석, 숨숨집을 배치한 뒤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이동장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던 달콤이를 울타리 안으로 살포시 옮겨주었다. 낯선 곳에 도착한 아깽이들이 흔히 안전하다 생각되는 곳을 찾아 숨어 들어가는 것과 달리 달콤인 새로운 공간을 구석구석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6월 25일 보호소에 입소해 케이지 안에만 갇혀있다 6월 30일 구조되어 잠시 세상 밖을 구경하고 이내 범백(설사) 증상으로 열흘 가량 병원 케이지에 갇혀있던 아이다. 신이 났던 걸까? 가느다란 앞다리로 움직이지 않는 뒷다리를 힘껏 끌어가며 울타리 안팎을 파악해갔다. 마치 자신이 갈 수 있는 곳과 갈 수 없는 곳, 오갈 수 있는 곳과 (오르고 싶지만 혼자 힘으로는) 오를 수 없는 곳을 분류하는 듯했다. 가장 오래 머물렀던 건 울타리 밖 캣타워 바로 앞이었다. 캣타워가 무언 지조차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최대한으로 치켜들고 한참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아직은 가지 못하는 곳'이라고 판단한 듯 쿨하게 돌아섰다.  


 달콤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만끽하는 동안 난 줄곧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서 들은 설명 - 입원 기간에 스스로 배뇨가 잘 이루어지는 편이었고, 배변 또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압박 배뇨/배변은 자제하길 권한다. 정상적으로는 2~3시간 간격으로 배변을 하지만 혹여 4시간 넘게 소식이 없을 경우 복부를 압박하면 된다 - 을 바탕으로 '흠, 두세 시간 간격으로 끙아와 쉬야를 받아내면 되겠군'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에 비해 현실은 지독히도 달랐다. 달콤이가 움직이면 그 경로는 쉬야로 축축이 젖어든다. 조금 있으면 밀려 나온 묽은 끙아가 또 달콤이가 지나간 흔적을 따라 길을 만든다. 달콤이 꼬리와 뒷다리는 어느새 오물로 뒤덮여있고 하얗게 말라있던 패드는 노랗고 누런 빛으로 물들어간다. 


안돼... 


 4X4 사이즈의 울타리에는 약 6장의 패드를 겹쳐 깔아야 하고, 방석과 스크래처를 감싸는 용까지 합쳐 총 8장의 패드가 사용된다. 현재 사용 중인 패드는 쿠팡 검색 결과 60매에 17, 000원. 이대로 가다간 적. 어. 도. 하루에 2번씩은 전체 패드 갈이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담 '60매=일주일 치도 안됨'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임보 예정인 기간은 30일. 패드 비용이 어디까지 지원될지는 협의해봐야 하겠지만, 두부 모래를 구매해 사용할 때 드는 비용의 몇 배는 들 거란 이야기다. 내 돈을 쓰게 되든 구조 단체의 비용을 지원 받든 누군가의 노력이 들어간 돈이기에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될 소중한 후원금이다.


 그래서인지 무의식 중에 내 손과 발이 집 안 어딘가에서 가위를 찾아냈고 끙아가 묻은 부분들을 오려내기 시작했다. (쉬야는 포기) 오호라! 두 번은 더 버틸 수 있겠구나! 하는 기쁨도 잠시 내가 잠들고 난 뒤 온몸에 끙아를 칠한 채 똥스키(궁디에 끙아를 묻힌 채 뒷다리를 끌고 가는 자세랄까)를 탈 달콤이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아... 망했다 ㅎㅎㅎㅎㅎ 나 오늘 잘 수 있을까???


저 순박한 눈망울을 보라. 그래 넌 아무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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