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마비 고양이 달콤이 임보 도전기, 2주 차의 기록
달콤이가 일주일 새 많이 달라졌다.
1) 패드 위에서 모래 덮는 시늉을 시작했다. 처음 일주일 정도는 별 감흥이 없었는지 쉬야가 묻은 패드 위도 잘만 기어 다녔었다. 하지만 그새 뭔가를 깨달았는지 혹은 본능이 발현된 건지 패드 냄새를 킁킁 맡으며 세상 격하게 패드를 긁어댄다. 특히 끙아를 하고 나면 더욱 격해지는 모래 없는 곳에서 모래 덮기 ㅎㅎㅎㅎㅎ 어제도 새벽 4시쯤 오만 패드를 다 찢어발기겠다는 일념으로 긁었는지 잠귀가 어두운 집사를 일어나게 만들었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끙아 냄새는 덤 ^^ 감기 기운에 정신이 없던 차였지만 온몸으로 불만 표시하는 애를 그냥 둘 순 없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패드를 일부 갈아주고 끙아를 집어 변기에 내리고 오니 그제야 만족을 하는 듯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였다. 이제 비위 맞추는 게 주 업무가 될 것 같기도 하다.
2) 이건 좀 무서운 이야긴데... 며칠 전부터 탈주를 시작했다. 덩치도 약간 커지고 기력도 회복하고 신나게 뛰놀고도 싶고 호기심도 커져가는데 그 모든 에너지를 소모할 데가 없으니 자꾸만 울타리 밖을 넘본다. 처음 한 주는 울타리 밖에 있는 나를 빤히 쳐다보는 데서 멈추더니 이제는 나 없는 새에 울타리 틈새를 벌려 기어 나온다..!!! 정말 엊그제 어찌나 놀랐던지......... 집에 돌아와 보니 애가 울타리에 없는 거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진심 납치된 줄 알았다. 혼자 어디로 사라질 거란 생각 자체를 못했으니까. 놀란 마음에 냉큼 불을 켜고 방을 둘러보는데 요 녀석 캣타워 밑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거다. 그것도 아주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인스타에 올릴 썰이 생겼으니 얼른 사진이랑 영상부터 찍어두고 조심히 들어 올려 울타리 안에 옮겨놨다. 사실 잡으려고 하니까 요리조리 피해대서 한 번에 잡지도 못했다. 얘 엄청 빠르고 민첩하다. 여튼 그 이후로도 몇 번 탈주하는 도중에 울타리에 반쯤 낑겨 있다 딱 걸리기도 하고 나가서 멀뚱히 앉아 있는 앨 도로 잡아오기도 하는 중이다. 요 아깽이들이 온 집안을 얼마나 헤집고 다니고 하루 종일 뛰다 자다 뛰다 자다를 반복하는지 잘 알기에 울타리 안이 달콤이에게 얼마나 답답할지 이해가 된다.
3) 묽은 끙아가 완전히 잡혔다. 처음에 사료를 너무 불려줬나 보다. 궁디로 문지르고 다니지 않으니 외출하고 돌아올 때도 마음이 세상 편하다. 끙아 상태가 안 좋을 때는 혹여나 내가 없을 때 궁디나 다른 신체 부위 여기저기에 끙아를 묻히고 불편하게 있지 않을까 걱정돼 안절부절못하곤 했었다. 가장 큰 걱정거리가 완벽 해결돼서 달콤이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다. 패드 다 구석에 몰아넣고 바닥에 싸도 좋으니 계속 이렇게 건강한 끙아만 생산해줘 달콤아
심심한 달콤이를 위해
-
1) 달콤인 하루 종일 울타리 안에서 지낸다. 장난감과 스크래처를 구비해두고 아침저녁으로 낚싯대를 흔들어주지만 울타리 속 세계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깽이에게 너무도 한정적인 세계다. 또시만 해도 2~3개월령에 처음 우리 집에 오게 됐는데 조그마한 몸으로 온 집안을 구석구석 헤집고 다녔다. 유일하게 스스로 점령하지 못했던 곳이 침대 위. 또시가 못 가는 곳이 있다는 게 안타까워 간이 슬라이드를 만들어주고 밤마다 머릴 맞대고 잠들곤 했다. 반면 달콤이에게는 침대를 내줄 수도 없고, 온 방문을 다 활짝 열어 어디든 다녀!라고 쿨하게 놓아줄 수 없다. (부모님이 계신 탓도 있고)
그래서 선택한 집사 투어. 아침 혹은 주말 낮에 달콤이를 패드가 깔린 숨숨집에 담아 거실로 데리고 나간다. 거실 창가에 숨숨집을 내려놓고 집 앞 나무에 찾아오는 새들을 구경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달콤이는 사실 새한테 별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집 앞을 오가는 차나 사람들을 눈으로 따라가며 신기해한다. 아주 멀리 사라지기 전까지는 목까지 쭈욱 길게 빼고 어디까지 갔나 확인한다. 그동안 우리 집 애들이 새만 보면 환장을 하고 채터링해대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낯설었다. 조용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차분하게 앉아 바람을 느끼며 바깥구경을 하는 사이 맞은편 벽에 기대앉아 달콤이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함께 바라보고 있자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2) 달콤이에게 지붕을 선물했다. 사용 중인 숨숨집은 원래부터 조립식(?) 뚜껑이 있었다. 처음 며칠간 뚜껑을 덮은 채로 달콤이 방에 놔줬는데 뭐가 무서웠는지 들어가질 않고 방석 위에만 앉아 있었다. 결국 지붕을 해체하고 사용해왔다. 그렇게 열흘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며칠간 낯선 이들이 몇 번 방문하고 때때로 큰 소리가 들리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방석 뒤 가장 구석에 작은 몸을 납작하게 만들어 숨어있는 달콤이가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곰곰이 생각한 끝에 달콤이가 숨숨집보다 좋아하는 방석 위에 지붕을 끼워 넣어 봤다. 오, 반응이 좋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게 썩 괜찮았던지 그 안에서 나오질 않았다. 무서운 소리가 들리면 지붕 있는 방석 안으로 쏙 들어가고 잔뜩 신이 날 때도 그 안에서 뒹굴며 지붕을 긁어대고 잠도 그 안에서 잔다. (끙아도 안에서 한다 ^^) 이제야 제 역할을 하는 지붕아 그간 홀대해서 미안타!?
3) 달콤이에게 간이 화장실이 생겼다. 튼튼한 종이 박스에 두부 모래를 깔아 한켠에 놔줬다. 음... 안 쓴다; 기다려줘 보기로 했다. 낯설어서 그런지 불편해서 그런지 왜 안 쓰는지 이유는 아직 모르겠지만 계속 둬보려고 한다. 언젠간 열심히 찾아 들어가 여느 고양이들처럼 맛동산과 감자를 생산할 날이 오지 않을까? (안 와도 상관없다 그냥 너 편한 대로 살면 돼 달콤이야)
-
달콤이는 오늘 일찍 잠에 들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도 달콤이가 잠든 지붕 밑은 깜깜한 밤이다.
의사표현 하나는 제대로 하는 고양이
-
무려 세 번째로 언급하는 내용이지만 달콤이는 웬만해선 거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귀에 들릴 정도로 소리를 내는 경우는 딱 2가지.
1)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신났을 때다. 삘이 꽂히면 꾸룩꾸룩뺙뺙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공을 치며 돌아다닌다. '지금 난 에너지가 넘친다', '흥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느낌으로 부산스럽게 울타리 구석구석 헤집고 다닌다. (패드를 다 걷어내 버려서 백 번쯤 제자리에 돌려놔야 하는 건 안 비밀^^ 다 놀고 돌려놓으면 되지 않냐고? 신나서 달려 나갈 때 쉬야도 같이 나온다 :) 무한 걸레질을 피하고 싶다면 패드를 돌려놓는 편이 낫지! ) 신난 달콤이를 마주하게 된다면 흥을 오래 유지할 수 있게 온 힘을 다해 놀아줘야 한다. 순차적으로 공도 계속 던져주고 장난감 쥐도 굴려주고 낚싯대도 흔들어준다. 그야말로 광란의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면 밥이나 물을 먹으러 간다. 충분히 놀았다는 거다. 에너지원을 공급받고 나면 다시 조용한 아깽이로 돌아간다. 이제부터는 자는 시간이다.
2) 두 번째 경우는 상황이 조금 더 디테일하다. 끙아가 나올 것 같은데 몸이 원치 않는 곳에 위치해 있을 때이다. 뭔 말이냐고? 이를테면.. 달콤이는 (며칠 전부터) 뚜껑이 덮인 방석 위에서 잠을 잔다. 거기가 달콤이의 안전지대이자 소중한 침대다. 한참 거기서 잠을 자고 있는데 예상치 못하게 끙아 신호가 온 거다! 부랴부랴 밖으로 나오려는데 다리가 맘처럼 빨리 움직여지지 않는다. 바로 이때! 소리를 낸다. 뺘악-뺘악-!!! 재빨리 꺼내서 바닥으로 옮겨놔줘야 한다. 바닥에 궁디가 닿는 순간 급했다는 듯 뾰롱뾰롱 끙아를 생산해낸다. 사실 하반신에 얼마나 감각이 남아있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얘가 정말 끙아가 나오는 걸 느껴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매번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건지 확실하게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목격하는 순간에는 늘 '뺙뺙->옮긴다->끙아'의 패턴이 반복된다는 것. 내가 없을 때는 어떤지 모르겠다. 외출하고 돌아와 보면 소중한 방석 위에 끙아 몇 덩어리가 덩그러니 남아있을 때도 있으니까.
-
정작 기록하고 싶었던 싱기방기한 썰은 따로 있는데 글자 수가 넘칠 거 같다. 다음 번에 이어서 써야지.
Q. 달콤이가 골골송을 제일 격하게 부르는 순간은??
-
내가 경험해 온 요 시기 아깽이들은 사람 몸 위에 올라오기도 잘 올라오고 늘 사람한테 부비작거리는 걸 즐겨했었다. 잠도 늘 옆에 딱 붙어 자고 말이야.. (또시야? 너도 그랬지? 기억나니?) 문득 달콤인 그런 적이 없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리가 불편하단 이유로 울타리 안에서 지내고,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머리 쪽이나 배만 간간히 만져줄 뿐이고, 사실상 옆에 붙어있을 일이 없는 거다. 이게 맞는 건가? 좋은 건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달콤이와 좀 더 가까이 있어보기로 했다.
1) 달콤이를 무릎 위에 올려보았다. 무릎을 세워 배와 다리 사이 공간을 확보하고, 패드를 깔아 혹시 모를 쉬야 끙아에 대비한 뒤 달콤이를 살포시 올려놓았다. 그리고 그동안 멀찍이서 슬슬 긁어주기만 하던 것과 달리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머리며 턱이며 등을 매만져줬다. 오......... 달콤이가 엄청 좋아한다..!!!!! 지금껏 들어본 골골송 중 가장 디젤스러운(우리 집에선 골골송의 크기를 차에 비유한다. 또시는 전기차, 수리는 하이브리드, 하유는 디젤) 소리였다. 눈도 지그시 감고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그러다 또 한참 그루밍을 해주고 깍깍 깨물기도 하다가 또 골골대길 반복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더라면 더 빨리 많이 안아주고 만져줄 걸 그랬지. 조심스럽단 이유로 무작정 거리를 두는 것만이 답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물론 이걸 깨달은 뒤에도 여전히 조심스러워 다시 안지는 못했다. 대신 아래의 방법을 시도했다.
2) 달콤이에게 침대 한 켠을 내줬다. 주로 집에 있을 땐 침대에 앉아 베드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나 책을 두고 할 걸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울타리가 아무리 침대 옆에 있다 해도 늘 달콤이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게 된다. 내가 침대에 앉아있으면 달콤인 숨숨집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보다 자다 또 쳐다보다를 반복하는데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내려가 쓰다듬어 주기엔 동선이 좀 그랬다. 그래서 그냥 침대 위에 패드를 깔고 숨숨집 째로 달콤일 올려보자 싶었다. 오....!! 나 할 걸 하면서 동시에 한 손으로 달콤일 쓰다듬어 줄 수가 있어..!!!! (바본가?) 엄청난 효율성을 얻었다. 달콤이 의사는 물어보지 못했지만 지금도 옆에서 골골거리는 걸 보니 꽤나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이제 눈 감고 자는 모습을 찍을 수 있어 행복해..♥ (울타리에 있을 땐 자는 모습 찍으러 침대에서 내려가는 순간 깨서 지금껏 눈 감은 사진이 한 장도 없었다......)
이제 임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다 보내고 싶은 마음뿐인데 나름 시도한 방법들이 달콤이와 나 모두에게 괜찮은 시도였던 듯 싶다. 달콤아, 너도 좋은 거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