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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쌤 Apr 05. 2022

순응인가, 적응인가

가끔은 철학자가 됩니다(13)

정부학자금 대출이라는 제도를 아십니까?

대학(원)생들에게 국가에서 학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꽤 많은 청년들이, 정부학자금 대출을 받아보았거나 알아보셨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대출을 갚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되어 학부 졸업 후 2년 동안 직장을 다녔습니다. 학부에서의 대출은 모두 갚았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니 또 다시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했죠. 연구조교를 하면서 대부분의 학자금은 해결할 수 있었지만, 첫 학기 입학금과 남은 학자금은 어쩔 수 없었어요. 지금은 이자율이 3%지만 제가 대출을 받을 때는 5%였습니다. 높은 이자율에 화가 나긴 했지만, 어디에 화를 내야 하는지 몰랐어요.


누가 문제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학자금 따위 걱정 없도록 돈을 충분히 모으지 못한 부모님이 문제일까. 군대도 가지 않고 사법고시를 준비하겠다던 두 살 많은 형이 문제였을까. 대단한 학자가 될 깜냥도 없으면서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다짐한 나 자신이 문제일까. 등록금과 수업료라는 명목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금액을 책정한 대학이 문제일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은 다 접어두고, 사회에 순응하며, 시스템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남들처럼, 불평하지 말고, 주어진 환경에 맞게끔 살아가야 하는 건가요? 저는 대단한 걸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을 뿐이에요. 돈에 끌려다니고, 명예에 끌려다니고, 사회 시스템에 끌려다니는 건 그만 두고 싶어요. 직장에 다니던 2년 동안 매일같이 이런 생각들을 했습니다.


지금이야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학자금 문제를 다시금 곱씹어 봅니다. 등록금에 대한 투쟁, 정부대출에 대한 투쟁을 할 깜냥은 되지 않았죠. 그저 속으로 화만 키우고 있었을 뿐입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돈을 벌었고, 결국 어떻게든 대출을 다 갚았습니다만 왜 여전히 가슴 한 쪽에 쇳덩이 하나가 있는 것 같은지 모르겠네요. 


저는 여전히 돈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습니다. 힘들 게 살고 싶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죠.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고는 있지만 순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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