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좋던 날 너는 내게 탁상시계를 선물했다.
시간을 선물한 것도 아니었지만
마치 시간을 선물 받은 것 같아서
나는 환하게 웃으며 시계 약을 뺐다.
어떤 의미에서 너와의 시간이 이대로 멈추기를 바랐으므로
그래서 한번도 내게 시간을 알려준 적이 없는 시계가
이제는 정말로 멈춰버린 너와의 시간을 알려주고 있다.
시계는 잘 가고 있냐고 가끔 묻는 너에게
나는 딴청을 부리곤 했는데
그 말은 마치
우리의 시간은 이대로 괜찮은 거냐고 묻는 것만 같아
어떤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시계를 멈추는 일 따윈 중요하지 않았음을
시간은 이미 침착하게 흘러가
가장 어둡고 깊숙하고 뻔한 결말 속에 고여
우리라 부를 수 없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한번도 내게 시간을 알려준 적 없는 시계가
차갑게 알려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