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수집가 May 01. 2024

책을 출간했습니다!

"꽉 잡아 문해력"이 책으로 나왔어요.

<읽자마자 문해력 천재가 되는 우리말 어휘 사전>  보누스 출판


작가님에게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2022년 11월 23일, 브런치 알람이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5월 1일, 책이 나왔습니다.


그간의 시간들


한때 서점에 가면 한숨만 나오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타인의 출판에 대한 헛헛한 질투, 부러움, 비관, 조바심, 자괴감 등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곤 하던 서점에, 저도 이제 제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내가 책을 낸다면, 작고 여린 것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겠지, 생각해 왔어요.

지금도 여전히 소망합니다.

허나 인생은 알 수가 없네요. 저의 첫 책이 문해력 책이 되리라고는, 예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일인데요. 그래도 전공과 멀지 않으니 저와 아예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어쨌든 이 일은 아주 작은 인연에서 시작이 됩니다.


1. 열정의 친구를 만나다

대학원 공부를 하던 중 검인정 교과서 표기 표현 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아주 열정적인 대학원생을 만났어요. 국어교육 가운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문법교육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도 반가웠고 일에 대한 열정도 같았기에 출장이 끝나고 나서도 서로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후 선생님은 능력을 인정받아 부지런히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립국어원의 연구사로 가게 되셨고요.

2. 새말 모임 위원으로 위촉되다

얼마 후 그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하는 새말 모임의 위원으로 위촉하고 싶다는 연락이었어요. 새말 모임은 어려운 외국어 신어가 널리 퍼지기 전에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 대체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입니다. 마침 코로나-19가 창궐하던 시기라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모임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하반기 정식 출범한 새말모임은 대학 교수, 현장 교사, 언론인, 번역가, 시민단체 대표 등 국어 유관 분야 전문가로 구성되어 어려운 외국어 신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습니다.

3. 연합뉴스 인터뷰를 하게 되다

그러던 중 연합뉴스에서  2021년, 2022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되는 문해력 기획 보도에서 새말 모임을 취재하게 되었고, 학교에 있는 제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새말 모임의 활동과 의의, 현장 교사로서 느끼는 문해력 저하의 실상, 국어 연구자로서의 문해력에 대한 관점 등을 인터뷰했습니다. 

연합뉴스 취재 장면

4. 브런치로 연락이 오다

그러던 어느 겨울, 브런치에서 알림이 왔어요.

브런치 알림은 우리 작가들의 가슴을 꽁냥꽁냥하게 만들죠?

그런데 무려 집. 필. 의. 뢰.라는 내용으로요. 심장이 바닥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왔습니다.

사실 브런치로 집필 의뢰가 온 것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첫 집필 의뢰는 수필집이었는데 초보 작가인 제 상황과 잘 맞지 않아 성사되지 않았고요. 두 번째 의뢰가 바로 출판사 보누스의 연락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편집자 분께서 연합뉴스의 제 인터뷰를 보시게 되었고 문해력에 관한 책을 의뢰해 주신 것이었어요.

기쁘기도 했지만 사실 망설임이 더 컸어요. 그때 당시 2022 교육과정에 맞물려 <화법과 언어> 교과서 집필을 하던 중이었기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저는 창작의 고통을 즐기기보다는 그것에 짓눌리는 편이거든요. 그리고 잘 해낼 자신이 없는 것은 시작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있습니다. 그런데 보누스의 편집자가 저를 찾아와 주었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 설렘 많이"로 그분을 만나게 되었고, 저는 결국 출판사를 방문, 계약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 세상에는 기획 출판이라는 명목으로 저자를 희망고문하는 많은 출판사와 기획자들이 꽤 있더군요. 가슴을 쓸어내린 고마움은 주말마다, 방학마다 노트북을 집어넣고 소파에 몸을 맡기고 넷플릭스를 정주행 하고픈 마음을 꾹꾹 누르게 해 주었습니다.

5. 두 번의 방학을 보내다

편집자께서 방학 기간을 활용해 글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애초에 제가 쓴 원고를 투고한 것이 아니었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뻔했는데 정말 감사한 배려였지요.

그래도 그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두 번의 방학을 보냈습니다. 게으름을 피우진 않았고 주말에는 꼬박 5,6시간씩 집필에 매달렸는데도 속도가 나진 않았어요. 전공 분야의 글이고, 평소의 관심사였기에 흥미로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도 그만큼 조사할 것과 공부할 것이 많았습니다.

6. 서울-대전, 치열한 피드백이 오고 가다

최종 원고를 앞두고 5차, 6차 수정본이 오고 갈 정도로 치열한 피드백 전이 이어졌습니다. 원래는 최종 원고정도만 보낸다는데,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저는 쩜혜경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원고의 오타를 기가 막히게 찾아내는 잔재주가 있는데요. 제 원고이니 오죽했겠어요? 점의 오류를 찾다 보니 내용도 수정할 게 보이고, 편집자는 더더욱 날카로운 눈초리로 의견을 보내 주었습니다.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이 기간은 정말 행복하고도 가혹한 시간이었어요. 나의 책이 손에 잡힐 듯, 과연 잡힐까 싶었던 시간이었습니다.

7. ISBN 번호를 부여받다

농담처럼, 나도 ISBN 있는 책 내고 싶다, 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ISBN 이란  각 작품의 국가별·지리적 분류 및 언어의 분류, 출판업자, 제목, 개정·증보판 발행판수, 권번호 등을 나타내는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말합니다. 즉, 그냥 글을 가공 편집하여 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국립중앙도서관이 관장하는 정식적인 책의 승인을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ISBN 납본 시스템에서 책을 검색하고, ISBN 번호를 확인했을 때에는 마치 내 자식의 주민등록번호를 보는 것과도 같은 감정이 밀려들었어요.

8. 교보문고, MD의 선택을 받다

어제 교보문고에 들어가 보니, <MD의 선택>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네요.

(*MD는 상품성이 있는 제품을 매장 전면에 내놓는 사람이고, 온라인 서점 MD들은 출판사에서 막 출간한 엄청나게 많은 수의 책을 매일매일 검토하고, 그중의 책들을 [MD의 선택]으로 선정한다고 해요!)


작은 거에 의미 부여하는 거, 이거 좀 자존심 상하지만 고생하신 편집자님을 생각해서라도 책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 소개를 너무나 멋지게 요약해 주신 출판사 서평으로 마무리합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10499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