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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맨 Sep 30. 2018

산으로의 여행

여행이란 채우고 비우는 행위

또한 머릿속, 가슴속에 비집고 찾아들어왔던 보아왔던 모든 것, 읽어왔던 모든 것, 느꼈던 모든 것의 조각조각들을 세세하게 끄집어내어 머릿속, 가슴속한켠 한켠에 정리하게 해 준다. 어릴 적 추억들이 되었든 좋았던 기억이든 나빴던 기억이든 내안의 모든것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내어 그러한 기억들을 곱씹고 되씹어 또 다른 한켠에 한 장르가 되어 자리매김을 하게 해 준다. 그것들을 반복함에 따라 좋았던 것들이 나빴던 것들을 덮어주기도 하고 좋았던 것들이 더 더욱 활기를 되찾게 해주어 나빴던 것들을 회복하게 해 주며 그러므로 인한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활기를 불어넣어주게 한다.

사람들은 이 과정을 힐링이라 칭하기도 한다. 난 이 과정을 아주 즐긴다. 귓가에스치는 바람소리와 낙엽들이 스치는 소리들, 들숨때 들이키는 숲의 향기가 섞여있는 차디차거나 신선하거나더울때는 후끈한 공기들, 이것들과 더불어 가슴의 느낌과 머릿속의 정리가 가져다주는 상쾌함은 의외로 크다. 산행 여행이 가져다주는 머릿속, 가슴속의 정리는 불가분의 관계로보인다. 또한 그러한 정리들 틈틈이 내가 걷고 있는 들길이나 산길에서의 조그만 돌알갱이들, 그 돌알갱이들이 부딫히면서 들리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걷고 있는신발 사이의 흙들이 내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낙엽위를 걸을 때 내는 소리를 느껴보라. 산, 들에서 풀벌레, 새소리들이내는 자연의 소리와는 다른 내가 걸어가면서 나와 자연이 만들어내는 조그만 바스락 거리는 소리들은 나를 더더욱 편안하게 힐링하게 만들어주는 소리들이다. 이슬 맺힌 잎사귀의 물방울에서 알싸하게 전해져오는 손끝의 청량함은 덤.

이러므로 인한 모든 오감과 머릿속, 가슴속에 이르는 모드는 촉감, 감성들을 아주 세세하게 조그만 저 깊은곳까지 일일히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한다.


걷다보면 온 몸에 땀이 마를새가 없다. 뚝뚝 코끝을 타고,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굵은 땀방울들도, 자그맣게 코끝에 송글송글맺혀지는 작은 땀방울들도 이는 내 몸을 움직였다는 결과임에 살아있다는 표시임이다. 땀이 주는 바람의의미를 걸어본 자 만이 알 수 있다. 그 겨울의 찬 바람도 땀 앞에서는 달콤한 바람이 되어 주며, 땀이 베어있는 내 몸에서의 털 끝에서나 느낄 수 있는 미세한 바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목 마른자의 물 한 방울만큼이나 귀중한 바람 한 방울이 되어 내 몸을 달래준다. 깨어있는 내 몸을 말이다. 굳이 땀 얘기를 하자면 오랫동안 걷지 않았던 상태에서의 흘리는 땀과 자주 걸으면서 자주 흘리던 땀의 냄새는많이 다르다. 굳이 표현하자면 오랫동안 내 몸에 머물러 있다가 솟아오르는 땀 방울의 냄새는 많이 역한냄새를 풍기는 반면 자주 걸었던 몸에서의 흐르는 땀의 냄새는 그렇지 아니하다.

귓가를 스치고 지나는 여러형태의 소리들과 코끝에 전해지는 여러 향기들, 손끝에전해지는 자연의 형태들, 그리고 온 몸으로 느껴지는 땀과 바람, 이것들은내 온몸의 감각이란 감각은 모두 깨어나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그러하니 가슴속과 머릿속의 정리는 자연히일어날 수 밖에…..

그래서 선조들은 산을 한번 돌아보면 책을 한권 읽는 것과 같다는 말들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

기분좋은 피로함을 느껴본적이 있는가? 산을 걸었을때의 느낌이 딱 그러하다. 무릎과 발목, 하다못해 발 바닥,발가락들, 허리와 어깨, 피로하지 않은 곳이없다. 그런데 뭔가 상쾌하다. 그것이 기분좋은 피로함이다. 머릿속에서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였으니 머릿속의 상쾌함이, 그리고온 몸으로 흘려보낸 냄새나는 물 들이 땀 방울로 솟아나 바람에 날려보냈으니 온 몸의 상쾌함이, 그리고걸으면서 느꼈던 소리들, 향기들이 내 온 몸을 휘어감고 있으니 상쾌함이 없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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