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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맨 Oct 25. 2018

길.

길을 걷는다는 것은.....

길........


화려한 풍광이 주위로 에워싸지도 않았으며 그 흔한 암릉들이 가로놓여 시원한 풍광을 연출하지도 않았다.

그냥 수풀이 우거지고 때론 가시나무들이 살을 할퀴어대는 그런 산길이다.


도대체 난 이 길을 왜 걷고 있는 것이지? 그것도 한시간 두시간이 아닌 일곱 여덟시간 때로는 12시간 이상을 쏟아부으면서까지…..


도대체 걷는 산길이 뭐길래 1년 사시사철 15년 동안을 줄기차게 주말만 되면 뭔가에 사로잡힌 듯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

온몸에 고여있던 물이란 물은 땀이란 땀으로 모두 밖으로 쏟아내어져 숨이 턱밑까지 치받쳐 몇번의 심호흡을 거듭해도 끓어오르는 숨을 어찌 할 바를 몰라 연신 헐떡대는 힘듦이 무엇이 보상해주기에 나는 이 길을 이토록 걷고 또 걸을까?


때론 무릎으로 전해져 오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셔내 보려고 약에 의지하기도 하고 때론 잠을 잔듯 안잔듯 새벽잠을 통째로 날려가면서까지 여기에 많은 것을 붇고 있는 이유는 뭔가?

어느날 이 물음에 대해 내게 물어보다가 가슴 저 밑바닥이 내게 전해오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보자면


첫째, 난 걷는 것 외엔 할 줄 아는게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사실 걷는다는게 뭐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사지 멀쩡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것이고 뭐 특별히 걷는 것을 능력으로 내세울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근데 그 걸음 걸음의 모임이 마치 책의 활자가 모여서 책으로 엮어내어지듯이 한 걸음 한걸음이 엮여져 지난날들의 회상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들을 한조각 한조각들을 뭉치게 해 준다.


둘째, 사실 알고 있는 지식이란게 일천할 정도로 아는것이 많이 없긴 하지만 가지고 있는 지식들과 또 세상을 살아온 경험들과 여러 사람들을 접하면서 전해지는 사람들간의 관계들이 합쳐져서 내 삶을 지탱해주고 있는데 그 바탕으로 지탱해 주는 몇 조각의 지식과 몇 조각의 경험들을 필요한 만큼을 꿰어 정리하게 해 주는 것을 맨 바닥을 걷고 있는 발걸음이 내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셋째, 힘들게 일한 후의 휴식이 가장 달콤한 법이고 좌절 끝에 얻는 희망이 배가가 되듯이 힘들게 걸으면서 내몸에 엉겨진 땀 방울들을 한 조각 바람으로 날려보내는 청량함을 만끽하기 위해서이다.

인생과 같지 않은가........

오르 내림이 있은 후에,  열심히 달린 후에야 깃털처럼 가벼운 한 조각의 바람이 그토록 시원할 수 있단 것을 알아낸다는 것.

한 방울의 땀과 한조각의 바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끼게 해준다는 사실.


그 시원함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한발 한발 탑을 쌓아가듯 발길을 길위에 올려놓는다.   

고통일지언정 결국은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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