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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맨 Apr 01. 2019

주흘산의 천상놀이

남쪽은 벚꽃 북쪽은 눈꽃

3월의 마지막날인 31일, 남녘의 진해에서는 군항제가 시작되었단다. 그야말로 흐드러지게 벚꽃들이 만개했다. 꽃이 만개했단건 몇일전 지인의 부친 장례식장이 있는 경북 청도를 다녀오면서 길가에 만개해 있는 벚꽃들을 보면서 알게 되었던 터.....


일주일 전 하동 지리산 자락인 형제봉에서 봤던 봄꽃이며 그 전 주인 변산반도에서 본 파랗게 웃자란 보리들도 모두 '봄'이라는 걸 의심없이 보여주고 있던 터였다.

지난주 형제봉 자락에서는 매화, 벚꽃, 홍매화, 목련등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다.

이번엔 주흘산 산행이다.

주흘산은 경상북도 문경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이 1100미터를 넘는 고산이다.

산림청, 블랙야크, 한국의 산하, 월간 산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에 모두 속할 만큼 명산에 속한다.

백두대간의 조령산, 신선암봉과는 마주하고 있는 산으로 주봉(1076m), 영봉(1106m)의 두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 산이다.

주흘산을 오르기 위해선 대표적 등로가 문경새재 도립공원주차장을 출발해 조령1관문, 여궁폭포를 거쳐 주흘산 주봉에 오르고 이어서 주흘산 영봉, 조령2관문을 통해서 원점회귀하는 산행을 한다. 혹자들은 백두대간의 산행길인 이화령을 출발해서 조령산, 신선암봉을 거쳐 주흘산 영봉, 그리고 주흘산 주봉으로 해서 문경새재 도립공원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이미 백두대간을 완주했던터라 조령산, 신선암봉으로 오르는 코스보다는 주흘산만을 오르기고 하고 대간코스는 제외한다.


오르며 내리며 잠시 걷는 조령 1관문, 조령2관문에는 예날 과거시험을 희망하는 수많은 선비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역사적 길이기도 하단다. 조령(새재)의 명칭배경에는  수많은 설들이 존재한다는데 이름배경도 배경이거니와  이곳 새재는 영남과 서울을 연결하는 주요 통로로 과거시험 뿐 아니라 물류, 사람의 이동 등 주요 통로였음을 남아있는 유물들이 그것을 충분하게 증명하고도 남는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기위해 또는 보고 난 후에 걸었을 이 길위의 희노애락을 잠시동안이나 함께할 수 있었던듯 하다.


잠시 과거시대 조상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했던것들과  더불어 주흘산을 오르면서는 지난주 보았던 남녘의 꽃들과는 달리 심상치 않았던 날씨 탓에 예상치 못했던 눈꽃을 보게되었다. 겨울내내 이리저리 다니면서도 보지 못했던 눈꽃을 남녘의 꽃들을 보고 난 후에야 눈꽃을 보는 것이 신기하기도 또한 새삼스럽기도 하다.


조령1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우틀하면 주흘산 등로가 나온다.

나오자 마자 곧바로 오르막길이 시작되는데 그리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인 반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을 올라야 한다. 조령1관문의 해발이 245m이며 주흘산 영봉의 해발이 1106m이니 약 750여미터를 올라야 정상을 만나볼 수 있다. 첫번째 만나는 주봉까지는 2시간 20여분을 투자해야 만나볼 수 있으며 영봉까지는 약 3시간여를 오르막길을 올라야 만나볼 수있다.

산을 오르기 전 주흘산의 산세는 수려한 것으로 보이나 오늘은 날씨가 잔뜩 흐리고 눈까지 날려 주흘산의 산새는 볼 수는 없었다.

다만 9부 능선인 대궐샘터에서 물 한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계단길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고도를 조금씩만 높혀도 나무에 맺혀가는 상고대의 두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때 보이는 상고대의 눈꽃들, 이제부터 흑백세상이다.


나무엔 눈꽃의 상고대가 맺히고 길엔  발이 푹푹 파묻히는 눈길이다.

나무에 매달린 상고대, 발길엔 눈밭, 온통 눈세상이다.

나무는 까맣고 눈은 하얗고 그래서 흑백세상


사실, 진해의 벚꽃을 보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가본지도 20여년이 넘었으니.

그런데 마음 가는 것은 산, 역시 산꾼은 산꾼. 그래서 이곳 주흘산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역시 꽃을 선물해 준다.


바로 코앞이 주흘산 주봉인데 그 주봉을 오르기 바로전의 눈꽃들이 절정이다.

해발고도 1000미터 위에서 펼쳐지는 꽃의 형연. 그야말로 천상의 향연이다. 잠시동안 가던길 멈추고 그 천상의 향연을 즐겨보기로 한다. 배낭에 넣어뒀던 카메라도 꺼내어 여기저기 향연의 증거들을 기록하기에 바쁘다. 연신 환호성과 함께


그렇게 환호성을 질러대며 만난 주흘산 주봉, 해발 1076미터


주흘산 영봉으로 거기 위해선 왔던길을 잠시 내려가야 하는데 내릴때의 풍광이 올라올때의 풍광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소나무와 암릉이 만들어내는 눈꽃은 최고중의 최고인듯.

마치 수묵화에 베어나는 산수화를 보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천상의 수묵화 속에서 두둥실 떠다녀본다. 지금은 이곳이 천상의 화원이다.


날씨가 변화무쌍하여 바람, 눈, 그리고 가끔의 파란하늘의 변화 연속이다.


소나무에 맺힌 상고대는 더더욱 화려하게 보이고....


주봉보다는 조금 고도가 높은 주흘산 영봉(해발 1106미터)

정상석 반대면엔 한글로.


영봉에서의 하산길은 미처 동계산행 장비를 준비하지 못한탓에 고생을 하면서 내려왔다. 봄꽃을 보러왔다가 눈꽃을 봤으니 그럴만도 했다.

하지만 그야말로 눈이 시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하얀 눈꽃세상속에서 빠져나온 느낌이 천상에서 놀다가 내려온 기분이랄까........

조령1관문에 내려서야 현실세계로 돌아온듯한 기분이다.

역사적 건물등에서도 잠시 머물며 천상에 머물다가 이제서야 과거의 옛사람들과 비로소 호흡을 같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현실세계에서는 봄꽃들이 만개해 있고 천상세계에서는 눈꽃들이 만개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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