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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Jun 30. 2023

직장 동료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친구가 진짜다.

사회생활로 만나는 사람은 믿을 수 없다.

사회에선 진짜 친구를 만들 수 없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며 자라온 탓인지, 내가 만들어낸 목소리도 아닌 게 원래부터 내 믿음이었던 것처럼 여기며, 그런 줄도 모른 채 살고 있었다.


첫 직장에 들어가 대학교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새롭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동안 한 번도 관심 가져본 적 없는 산업에 속한 회사였다. 입사 초기엔 매일 별 거 아닌 용어도 뜻을 몰라 매번 검색을 해봐야 했고 사람들은 분명 한국어를 쓰고 있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외국어를 듣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각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작은 말과 행동에 상처 입는 사건을 몇 번 겪고선 잔뜩 움츠러들고 말았다. 혼자 마음에 벽을 쌓고 ‘이 이상은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않을 거야’라며 원을 만들고 그 안에 외롭게 서있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고 ‘역시 사회에선 진짜 친구를 만날 수 없구나’라는 믿음이 더 강해졌다. 아무도 내게 다가와 '너는 왜 아무것도 몰라?'라며 큰소리치지 않았지만 팀원들과 계속해서 어울리지 못하는 기분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안 좋게 생각할까? 지루한 사람이라 생각하지는 않을까?’ 과하게 눈치를 보며 사람들과 거리를 더 두기만 했다.





당시 나는 ‘진짜 친구’의 정의를 흑과 백, 0 아니면 1로만 생각했다. 친밀도 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인데 그걸 몰라서 진짜 친구라고 느껴지지 않으면 벽을 쌓는 것밖에 할 줄 몰랐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조직에 조금씩 적응하기 시작했고 사람들과도 점점 친해지기 시작했다.


따로 가벼운 약속을 잡기도 하고 회사에선 하지 않을 대화를 하며 어느새부턴가 관계에도 다양한 색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검은색, 짙은 남색, 연한 초록색, 더 연한 연두색 등등. 그동안 내가 만든 틀에 얼마나 오랫동안 갇혀 지냈는지 보였다. 작은 해방감마저 들었다.


아마도 내 생일, 그 언저리 날짜에 팀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을 우리 집에 초대한 적이 있다. 게 중 서로의 집에 아직 가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내가 유일했으니 조금은 반 강제로 생일파티를 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들에게 마음을 열어도 될까,라는 걱정이 있었다.


걱정반 설렘반으로 집을 개방했는데 생각보다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실 헤어질 때는 아쉬움마저 들었다. 그날을 기점으로 마음에 작은 울렁임이 있었던 것 같다. 내 손으로 쌓은 그 벽이 나를 더 답답하게 가두고 있었구나.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도 괜찮구나.


돌이켜보면 당시 회사에 입사하기 전 다짐했던 시간보다 더 오래 회사를 다니고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동료들의 존재가 컸다. 이들과의 관계가 입사 초기 그 상태로 멈춰있었다면 내가 그만큼 버틸 수 있었을까 싶기도 하고.


사회에서 마음이 조금이라도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지 알고, 지금도 알아가고 있다. 어디에서 만났느냐와 상관없이 가능한 많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오래 이어가고 싶어졌다. 여전히 친구는 적은 사람이지만 인간관계를 흑백으로만 가르던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놀랍다. 하지만 그 변화가 진심으로 귀하고 감사하다. 덕분에 더 풍성한 세상을 사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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