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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숨 Nov 14. 2023

남들이 좋다는 곳 말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뉴욕 10박 12일의 기록 05

뉴욕 여행을 가기 전까지도 난 내가 뉴욕에 가면 당연히 그곳에 살고 싶을 줄 알았다. 화려한 도시를 배경 삼아 바삐 거리를 걸어 다니고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다양성을 한껏 느끼며 사는 삶.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정말이지, 단 한 번도 뉴욕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밤낮 할 거 없이 사이렌 소리가 끊임없이 울리고 그놈의 마리화나 냄새는 얼마나 많이 나는지. 거리를 걷다 갑자기 허공에 대고 큰소리를 치며 화난 듯 보이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면 몸이 움찔거렸다. 이 도시의 매력과는 별개로 이곳은 너무 시끄럽고 공기도 안 좋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곳이란 생각을 자주 했다.


그간 화려한 도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대도시의 끝판왕 뉴욕에 가보니 그렇게까지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다. 다만 유일하게 부러운 2가지가 있었는데 바로 도시에 공기처럼 퍼져있는 사람들의 다양성과 거대한 자연과도 같은 센트럴파크였다.


센트럴파크를 거닐면서 훗날 살고 싶은 삶의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리기도 했다. 거리에서 주인과 함께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며 '저 강아지와 둘이서 살 수 있다면 난 뭐든 포기할 수 있어!'라고 장난스레 얘기하기도 했다. 머릿속에선 강아지가 뛰어놀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을 짓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요리를 해 먹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매일매일 느끼며 사는 모습. 그런 삶을 상상하며 이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 깨달았다.


난 도시가 아니라 자연을 좋아하는구나!



여행을 오기 전에도 인터넷과 책으로 정보를 찾아보며 사람들이 '여긴 인생 여행지요, 인생 전망대요, 꼭 가보세요'라고 말하는 곳들이 있었지만 막상 가보면 내 취향이 아닌 곳도 있었다.


한 번은 맨해튼 야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에 올라갔는데 요즘 뉴욕에서 가장 핫한 전망대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생각보다 별로였다. 정확히 말하면 야경은 최고였고 전망대가 별로였다.


눈앞에 보이는 장면에 집중하고 싶은데 자꾸만 건물에서 웅장한 사운드가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와 '이 뷰에 감동받았지? 얼른 울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사람도 너무 많았다. 은색 풍선으로 방 안을 가득 채운 SNS용 포토존도 있었지만 별로 관심 없었다. 야경이라는 앙꼬보다 겉치레에 더 집중한 느낌이었다.


반대로 남들이 추천하지 않았지만 내 의지로 선택해 간 곳이 훨씬 좋은 경우가 있었다. 맛집이라고 소문이 자자한 곳보다 사람이 적어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는 식당이 더 좋았고, 바람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온전히 야경에만 집중하며 감상할 수 있는 다른 전망대가 더 좋았다. 음식 맛이 덜하거나 인생샷을 맘껏 못 남겼을 수 있지만 괜찮다. '난 이런 사람이구나, 이런 걸 좋아하는/싫어하는 사람이구나,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뭐지?'를 배울 수 있었으니까. 비록 실패하더라도 내겐 이 배움이 훨씬 귀하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신기하게도 내가 더 당당해지고 자신감에 차있는 것 같았다. 여행에서의 시간 덕분일까? 남의 얘기보다 내 직감과 취향, 생각을 더 따라도 괜찮다는 확신을 얻은 느낌이었다.


익숙한 일상에서도 더 많은 선택을 직접 내리고 실패해 보는 연습을 해야지. 그럴수록 진짜 내가 원하는 성공의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 뉴욕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내게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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